[기준점 편향과 가격전략] 가격의 착시현상과 할인의 양면성

재미없는 남자가 미팅에서 인기남이 될 수 있는 비결이 있을까요. 유머 학원을 다니는 그런 방법 말구요. 나를 바꾸지 않고 인기를 끌 수 있는 그런 방법 말입니다. 

네.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본인보다 재미없는 친구들과 미팅에 나가면 됩니다.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만 떼 놓고 보면 그저 그래 보이는 제품도 상대적으로 열등해 보이는 제품과 함께 진열되면 특별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조건에 따라 반대 결과도 생기기도 합니다. 제 아무리 훌륭해 보이는 제품이라도 더 훌륭한 제품들 사이에 놓인다면 평범해 보일 테죠. 

판매자들은 이러한 가치 평가의 상대성을 가격 전략에 활용합니다.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을 매력적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비교 대상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부동산 중개업자는 집을 소개할 때 일부러 누구도 계약하지 않을, 가격 대비 조건이 최악인 그런 집들을 먼저 보여줍니다. 보여줘 봤자 헛수고인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보여줄 평범한 집이 특별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러닝 업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교육 영상을 필요로 하는 고객이 없는데도 일부러 무제한으로 교육 동영상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상당히 높은 가격을 책정한 후 주력 상품과 함께 소개합니다.

  • 상품 A: 모든 동영상 무제한 이용. 월 비용 1,000,000원
  • 상품 B: 매월 동영상 100개까지 이용. 월 비용 100,000원 

여기서 잠깐. 돌발 퀴즈입니다. 

온라인 구독 상품과 종이잡지 구독 상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잡지사가 있습니다.

  • 온라인 구독 상품: 월 구독료 5,000원
  • 온라인 구독과 종이잡지 구독 결합 상품: 월 구독료 10,000원

신규 구독자 중 온라인, 종이 결합 상품을 선택한 비율은 1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영리한 마케터가 상품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했습니다. 그 결과 온라인, 종이 결합 상품 선택 비율이 50%로 뛰어 올랐습니다. 비싼 상품을 선택한 비율이 높아진 만큼 매출 역시 크게 늘었습니다. 도대체 마케터는 어떤 상품을 추가한 것일까요. 

그 상품은 종이잡지 구독 상품이었습니다. 10,000원에 종이 잡지만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죠. 물론, 이 상품을 선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상품이 온라인, 종이 결합 상품의 가치를 더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 이 퀴즈는 댄 애리얼리 교수가 MIT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아래는 그 실험과 관련된 댄 애리얼리 교수의 TED 강연 영상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예가 더 있겠지만, 그 중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을 들라고 하면 할인 행사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평소 같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제품이라도 할인이 붙는 순간 생각이 바뀝니다. 정상가 제품이라는 비교 대상이 할인된 제품에 상대적인 가치를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술에 능한 일부 의류 업체들은 정상가에 판매한 적이 없는 제품을 마치 할인해 파는 것처럼 가격표를 만들어 눈속임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가격을 제시할 때 상대적으로 열등한 비교 대상과 함께 제시하느냐, 제시하지 않느냐에 따라 가격에 대한 매력도가 달라지고, 제품 판매가능성도 달라집니다. 그저 그런 부동산이라도 형편 없는 부동산과 함께 보게 되면 멋진 부동산으로 여겨지고, 다소 값비싼 멤버십 프로그램도 아주 값비싼 프리미엄 멤버십 프로그램과 함께 제시되면 합리적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할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행동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준점 편향(Anchoring Bias, 사람들이 제시된 기준점에 따라 가치 판단을 다르게 하는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사람이라면 이러한 편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여러 연구 결과로 입증합니다. 

그런데, 기준점 편향을 가격 전략에 활용할 때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얼마 전 가족들과 안면도로 여행을 가기 위해 펜션을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해루질이 가능한 곳으로 검색을 했고 한 곳을 낙점했습니다. 예약을 하기 위해 그 펜션 이름으로 다시 검색했는데, 검색 결과에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반값 할인을 했던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반값 할인 행사가 종료된 상태였구요.

 

 

예약은 가능했지만, 그러질 않았습니다. 괜히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반값 할인의 기록이 가치판단의 기준점으로 작용했나 봅니다.  

동네 미용실에서 며칠 전 모닝펌 50%할인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아침 시간이 편한 고객들이나, 싼 미용실을 찾는 사람들에겐 솔깃한 행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침 시간이 여의치 않는 기존 고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아마도 제가 펜션을 고를 때 그랬듯이 괜히 억울하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결과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기존 고객이 생길테구요.

그렇다고 해서 할인이벤트를 종료한들 떠난 고객이 다시 돌아올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면 싼 맛에 찾아온 새 고객들까지 떠날 것입니다. 이 미용실의 가격이 매력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이제는 할인된 가격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상가를 기준점으로 설정해 할인 제품의 가치를 더하려고 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할인을 할 때는 할인 전 가격이 기준점이지만 할인을 한 후에는 할인된 가격이 새로운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상가는 더 이상 정상가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정상가는 그저 비정상적으로 비싼 가격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따라서 할인을 하려면, 재고 상품처럼 할인 후에는 더 이상 판매할 일이 없을 만한 제품에 국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할인의 기록은 꼬리표처럼 제품을 따라다니며 가치를 떨어뜨릴 것입니다.

물론, 제품을 처음으로 접하는 소비자들은 과거에 할인한 일을 모를 거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검색의 시대입니다. 내가 할인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도 할인 당시의 소비자들이 후기 등의 형태로 기록할 수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사이트처럼 디지털 공간에서 진행한 할인도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기록들은 여러분 회사 이름이나 제품명으로 검색할 때 검색 결과로 나타나게 됩니다.  

사람의 기억은 지워질 수 있어도 온라인의 기록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할인을 할 때는 그 사실을 명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