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마케팅 사례] 원산지 표기판

며칠 전, 한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한 장을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했습니다.

어떤 식당의 원산지 표기판이라는데 식자재 산지 정보에 깨알 같은 재미가 있었습니다.

  • 쌀: 국산, 미경이네 논
  • 콩: 국산, 경수네 밭
  • 배추, 무, 파: 국산, 텃밭
  • 고춧가루: 국산, 영숙이네 밭


▲출처: gae9.com

 

원산지 표기판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다니. 다른 식당들도 참고해 볼만한 사례 같기도 하고, 식당 사장님의 유머가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해서 그저 가벼운 마음에 ‘재밌는 원산지 표기 사례’라며 그룹에 소개한 것입니다.

그런데 페친이신 섬농부 박철한님께서 화를 내시더군요. 화들짝 놀랐습니다. 무슨 실수를 한 걸까요.

다행히 저를 향한 화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 분의 이야기를 다 읽어 본 후에야 부끄러워지긴 했습니다. 그 분은 사진을 보고 웃은 사람은 현행 원산지 표기 제도의 심각성을 모르는 바보라고 꼬집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향한 화였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그 분은 지금의 형편 없는 원산지 표기 방식을 만들어 낸 정부에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원산지 표기를 국산 또는 수입산으로만 구분하게 하고, 수입산이라면 국가 정도만 명기하도록 한 제도 때문에 바른 먹을거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산이라도 좋은 식자재와 형편 없는 식자재로 나뉠 터, 지금처럼 형식적인 표기 방식으로는 식당이 좋은 식자재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박철한 님은 ‘미경이네’, ‘경수네’, ‘영숙이네’라 된 것을 보면 이름만 대도 누군지 다 아는 시골 식당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만으론 로컬푸드 사용을 보증할 순 없다고 하셨습니다. 도시 식당이라면 식장 주인의 장난질 밖에 되지 않을 테고요.

그 분은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만큼 원산지 표기판에 좀 더 구체적이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담아야 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음에 분개하고 계셨던 것이죠.

문득 ‘레몬시장‘(lemon market)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레몬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생겨난 정보의 불균형 때문에 좋은 상품은 사라지고 나쁜 상품만 남게 된 시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 먹을거리 시장이 레몬시장이 된 것은, 어쩌면 정보의 불균형을 방치하고 있는 제도 때문일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고 신뢰을 보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만 보완된다면, 소비자들이 바른 먹을거리를 찾게 되고, 그 결과 바른 먹을거리들이 유통되면서 그 먹을거리 생산자 분들의 형편 또한 나아지게 될 텐데요.

아무튼, 그 페친 분 덕분에 원산지 표기판 하나에 담긴 큰 의미를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몇 달 전 ‘적정마케팅’이라는 말을 만들면서 ‘적정’에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단 적이 있습니다.

99% 기업인 소상공인에게 ‘적정’하고, 소비자에게도 ‘적정’하고, 사회에도 ‘적정’할 것.

하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을 부합하는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제로섬 게임을 하듯 누군가에게 득이 되면 누군가에는 실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원산지 표기판은 달랐습니다. 이게 바로잡힌다면 바른 먹을거리 생산자들에게도 득이 되고, 바른 먹을거리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에게도 득이 되고, 소비자와 사회 역시 건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 하나만 바로잡아도 모두가 득이 되는 것. 적정마케팅은 그런 것을 디자인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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