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까운 미래 ‘소셜’씨의 하루:’국립 소셜 미디어 연구소’편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회사로부터 긴급 호출이 왔다. 지금 바로 출근하란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몇 차례 호출을 받아서인지 조금 여유를 부린다는 게 출근이 늦어졌다.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자동차 라이트 불빛을 받은 현판이 눈에 들어온다. ‘국립 소셜 미디어 연구소’.

내 직장 이름이다. 이름만 거창하지 사람들은 은퇴한 고위관리를 위해 급조한 기관 정도로 알고 있다. ‘소셜 정치 연구소’,
‘소셜 경제 연구소’, ‘소셜 외교 연구소’ 등등. 유행을 타고 여기 저기 많은 ‘소셜낙하산’들이 떨어졌으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위장된 첩보 기관이다. SNS로 국내외 요인을 감시하고 여론의 동향을 분석하며 필요하면 여론을 조작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국내 SNS에 대한 테러집단의 접근을 막는 일로 분주하다. 국민들이 거의 모두 사회 관계망인 SNS에 의존하다
보니, SNS의 오작동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해킹 시도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이들의 해킹을 우리는 ‘소셜네트워크폭탄’이라고도 부르는데, 전자 폭탄이 모든 전자 장치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것처럼, 특정 SNS의 사회 관계망을 일거에 ‘포맷’해버리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테러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갑자기 ‘나의 모든 네트워크’가 사라진다고 생각해보라. 상상만으로도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물리적이거나 신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무혈 테러여서 그런지 국제적인 공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감시하고 차단하는 일 뿐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막아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예방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SNS를 통해 구축한 디지털 사회 관계망에 대한소유권을 이용자에게 양도하는 것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사회 관계망을 다른 SNS나 개인 소셜허브로 백업해 둘 수 있게 해 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SNS의 장애는 기계적인 문제로 그칠 뿐 자신의 사회 관계망까지 훼손되는일은 크게 줄일 수 있다. 복구도 쉽다.

그런데, SNS 업체들이 도통 따라주질 않는다. 자신들의 서비스 위에서 형성된 사회관계망은 자기들 것이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같은 글로벌 SNS는 물론이고 국내에서 자생한 SNS도 마찬가지다. 골치다.

한편, SNS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이버 친구 ‘아담’과 ‘이브’도 사실 우리의 작품이다. 국민들이
스스로 익명을 포기한 지 오래라 개인 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SNS에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진짜 민심을 들여다 보기는 어렵다. 직접 친구가 되어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엔 일손이 너무 딸린다. 지금 인력으로는 주요 인사들의 SNS를 살펴보는 것도 벅차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담’과 ‘이브’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국내 최고의친구를 거느리고 있다.

아무튼, 내 직장 ‘국립 소셜 미디어 연구소’는 ‘권력은 관계에서 나온다’는 모토에 충실한 엘리트 조직이다.

문이 열리자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다. 심상치 않은 일이 터졌나 보다. 여유를 부린 것이 후회가 된다. 주차할 빈자리를 찾고 있는데, 온통 새까만 리무진 차량이 눈에 띈다. ‘넘버원’의 차다. 잠이 확 달아난다. 그냥 사이드 주차를 하고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몇 달 전 ‘넘버원’이 우리 기관을 찾아왔던 기억이 스치듯 지나간다. 그 때, 우리 기관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질 뻔한 일이 있었다.

사건은 한 동료의 직권 남용에서 비롯되었다. 이 친구는 아내의 외도가 의심된다며,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위장 SNS
계정으로 아내에게 접근 했다. 물증을 찾아 내기 위해 스토킹을 해 왔는데, 작은 부주의로 인해 아내에게 들통이 났다. 그런데변명으로 둘러댄다는 게 잘못해 진짜 신분을 누설하게 되었고, 화가 풀리지 않은 아내가 이를 언론에 폭로해 버린 것이다. 며칠 후동료는 자신을 엑스파일의 멀더 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과대망상증 환자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일까?

작전실로 들어서자 소장이 넘버원에게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소장이 노려보는 눈길로 조용히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지난 밤 발생한 위키리크스의 폭로에 관한 보고가 이어지고 있었다. 몇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위키리크스는 그 수장을 체포해 온갖 혐의를 씌워 구속한 이후 잠잠해지는 가 싶었는데, 이번에 또 ‘사고’를 친 모양이다. CIA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부터 받은 정보로 각국의 정세를 분석하고, 그것을 첩보전에 활용해 왔는데, 그와 관련된 내부 문건이 위키리크스의 정보망에 걸린 것이다.

SNS 거시 분석은 이미 민간 연구소에서도 하고 있는 일이었지만, 문제는 CIA가 페이스북 등과 긴밀히 유착해왔다는
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CIA의 분석 능력이었다. SNS를 통한 세계 각국에 대한 분석과 결론은 너무나 치밀하고 정확했다.
각국의 대권의 향배, 주식과 금융 시장의 흐름, 다른 나라와 기업들에 대한 태도, 주요 인사들의 사생활까지도 꿰고 있었다. 각 나라의 국민성에 대한 DNA 지도도 만들고 있었다. 우리 기관은 물론, 다른 나라의 SNS 첩보 기관에 대해서도 다 파악한 듯 했다.

한마디로 미국은 세계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하늘엔 위성, 땅에는 SNS가 미국의 눈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CIA가 뭇매를 맞겠지만 우리 기관도 실체가 드러난 이상 한 바탕 홍역을 치러야 할 것 같았다. 이미 보수 정치인들, 보수 언론, 포털사이트들이 즉각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고 한다. 지난 번 물의를 일으킨 동료에게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국제 정세도 사나워졌다.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데이터센터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테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한다.


▲ 영화 1984의 포스터

흠…… 해답이 없다. 브리핑이 계속되는 가운데, 긴급 메시지가 전해졌다.

페이스북의 CEO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의 모든 API를 공개하고, 사회 관계망에 대한 소유권을 이용자들에게 양도하겠다고 발표했다. UN에서는 모든 나라들의 첩보 기관이 연루되어 있는 만큼 국제 회의를 소집할 것이란다. ‘디지털 사회관계망의 주권은 이용자에게 있다’는 공동 선언도 채택할 것이라고도 한다.

구글은 차세대 SNS로 준비해 온 클라우드 SNS를 앞당겨 공개했다. 각 개인의 디지털 사회 관계망, 그리고 그것에
담긴 모든 정보와 메시지는 개인이 지정한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이 되는 SNS라고 한다. 페이스북으로부터 양도받은 사회 관계망을 클라우드 SNS에 이전시키라고 야단이란다.

브리핑이 끝나고 대책회의가 열린다. 위키리크스로 초래된 외교 스캔들처럼 이번 일도 사상 초유의 SNS 스캔들로 떠들석하다 잠잠해질 것이라는 전망만 공전된다.

그런데, 이야기가 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한가지만 궁금하다.
“오늘도 감시를 해야 하나?”

# 위 내용은 가까운 미래를 가정한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진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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