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마케팅은 관점의 전환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기업의 99%(정확하게는 98%)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마케팅 서비스나 솔루션의 고객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들이 ‘약자라는 이유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그 동안의 당위적이고 정치∙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이들도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가질 만 하다’는 실용적이고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 적정마케팅이라는 말이 생소하다면 ‘99%를 위한 적정마케팅‘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잠시 옆길로 빠져보자.
그루폰, 쿠팡, 티켓몬스터, 포스퀘어, 아임IN, 배달통…. 이 서비스들의 공통점이 뭐라 생각하는가. 아마도 오프라인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정도는 했을 것이다. 그루폰과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초기만 해도 주로 오프라인 서비스 상품들을 주요 품목으로 취급했다. 포스퀘어와 같은 위치기반 SNS 사용자들은 오프라인 장소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다. 배달통은 오프라인 배달 음식 주문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번엔 공통점을 좀 더 좁혀보자. 이들 서비스들의 수익모델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이들 서비스들이 자신의 수익원이나 광고주로 골목상권 사업자들을 겨냥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셨을 것이다. 소셜커머스를 유통업체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엄밀히 말해 소셜커머스는 광고 수수료를 유통 마진으로 가져가는 광고 플랫폼이다.
그렇다. 최근 몇 년간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서비스들 중에는 이들 서비스들처럼 99% 기업을 겨냥한 것들이 있었다. 첨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장인데도 말이다. 왜일까. 답은 뻔하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물론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중도에 공산품 판매 위주로 선회하긴 했지만, 그 때문에 시장성에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 플레이어가 바뀐 것일 뿐, 그들이 초기 기반했던 시장은 그대로다.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언제든 다른 적정마케팅 서비스나 솔루션이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
돌이켜보면, 적정마케팅 시장에도 늘 혁신은 있었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부 광고 시장은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검색 키워드 광고(광고주의 대부분이 소상공인∙자영업자다) 시장으로 대체됐고, 검색 키워드 광고시장은 모바일 혁명과 더불어 위치기반 광고 시장으로 진화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전단지 광고시장을 대체하려 했고, 네이버 쿠폰, 페이스북 쿠폰 등의 서비스들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규모화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온라인 인쇄소는 골목 상권의 전단지를 책임지던 골목 인쇄소를 몰아내고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이 등장하게 될지 모른다.
이 외에도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모를 뿐이지 더 많은 혁신들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혁신이 가져다 준 수익을 만끽하고 있을 테다.
이처럼 적정마케팅은 당위적인 차원이 아닌, 비즈니스 차원으로도 접근해 볼만한 매력이 있다. 이제, 조금이라도 관점이 달라졌는가.
하지만 적정마케팅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대기업들이 골목상권마저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자칫 적정마케팅마저 대기업의 배를 불리는 도구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검색키워드 광고처럼 적정마케팅이 99% 기업들을 불필요한 마케팅 경쟁으로 몰아 넣고, 포털사이트와 같은 광고 사업자만 돈을 버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적정마케팅에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적정마케팅은 도구를 가치 중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어떤 마케팅 서비스나 솔루션이 진정한 적정마케팅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편에 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제로섬 관점에서 골목 시장의 파이를 대기업에서 다시 빼앗아 오려는 적극적인 태도도 가져야 한다.
물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끼리도 경쟁을 한다. 그런 까닭에 적정마케팅을 꼭 매출 증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 마케팅 비용을 줄여주는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요즘 사회적 기업이니, 마을 기업이니, IT 벤처니 하면서 창업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기왕이면 적정마케팅 관점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적정마케팅 시장은 이미 존재하기에 수익모델부터 막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