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 세미나 돌아보기
처음부터 후원을 요청하는 경우 VS 일시 후원, 자원봉사, 미션 참여 등을 진행한 후 후원을 요청하는 경우
당장 정기 후원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낯선 시민들에게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후원으로 힘을 보태주세요.’라고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아니면 일단은 일시 후원이나 서명 캠페인 참여 등을 통해 부담 없이 단체와 관계 맺게 한 후 어느 정도 친밀감이 쌓이면, 그 때 정기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몇 년 전까지는 후원이 필요하면 처음부터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가볍게 관계를 맺고 네트워크를 쌓은 후 후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당장 도움이 시급한 구호, 구명, 사회복지 사업은 후원 요청에 흔쾌히 응해주는 시민이 많지만, 환경 문제나 정치 문제처럼 당장 돕지 않아도 누군가의 생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사업은 시민들이 후원을 망설이게 됩니다. 그럴 때는 가볍게 관계를 맺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후원자를 모을 수 있습니다.
영리기업에서는 이미 익숙한, 하지만 비영리단체에서는 아직 생소한 ‘리드제너레이션’
잠재고객을 발굴하기 위해 우리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의 DB(연락처 정보를 포함한 개인정보)를 모으는 것, 비영리단체 입장에서는 후원자를 발굴하기 위해 우리 단체, 이슈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DB를 모으는 것, 이를 리드제너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많은 영리기업에서는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마케팅 방법입니다.
하지만 비영리단체에는 여전히 낯선 방법입니다. 수십 곳의 비영리단체를 컨설팅하고 협업 해오며 리드제너레이션의 효과를 체감했던 적정마케팅연구소는, 많은 단체들이 저희가 경험했던 것보다 적은 시행착오로 리드제너레이션 방식을 도입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적정마케팅연구소의 첫 세미나 <비영리단체의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
그래서 개최하게 된 것이 적정마케팅의 첫 세미나 <비영리단체의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 인데요. 2024년 3월 6일 화요일 당산동의 한 강연장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구호단체, 시민사회단체, 사회복지단체, 공익마케팅 전문가, 일반 기업 등 다양한 조직의 많은 관계자분들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연사로는 적정마케팅연구소 김철환 대표와 참여연대에서 시민참여와 미디어 홍보, 시민교육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이계정 시민소통국장이 나섰습니다.
적정마케팅연구소 김철환 대표는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녹색연합, 더펠로우십, 숲과나눔, 여성환경연대, 한국해비타트 등 다양한 단체의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성공과 실패담에 대해 가감 없이 공유했습니다.
참여연대 이계정 국장은 리드제너레이션이라는 낯선 방법론을 조직에 소개한 후 동료들의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 내고, 의미 있는 후원자 발굴 성과를 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세미나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지만, 리드제너레이션을 이제 막 시작했거나 시작하고자 하는 단체들을 위해 이중 일부 중요한 포인트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막상 시작하려니 막막한 리드제너레이션,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막상 리드제너레이션을 시작하려 하니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서명, 미션 수행, 굿즈 배포 이벤트 같은 새로운 캠페인을 당장 기획하고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우선
‘본인 혹은 동료 활동가와 명함을 주고받았던 분들’
‘교육, 문화제, 집회 등 우리 단체의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분들’
‘우리 단체의 SNS 채널을 구독하고 있거나 콘텐츠를 조회한 적이 있는 분들’ 등
본인 혹은 속한 단체와 작은 접점이라도 있는 사람들을 되돌아보세요. 단체마다 후원자는 아니지만 이런 인연을 맺고 있는 분들이 꽤 있을 거예요. 적정마케팅연구소가 함께 일해본 작은 단체들 대부분은 이런 분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답니다.
리드제너레이션은 이분들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시민들의 연락 정보를 취합해 정리하고, 시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연락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뉴스레터나 문자 등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관계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면 그때 후원을 요청하면 되는 것이죠.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사실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은 그것을 기획하고 운영하는데 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비용이 듭니다.
그렇다 보니 나중에 잠재 후원자 DB 하나당 들인 비용을 계산하고는 깜짝 놀라고, 후원 요청 전화를 했다가 계속 거절당하면서 크게 좌절하게 됩니다. 투자 대비 너무 저조한 성과에 낙담하게 되면서 결국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에 두 번 다시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 일도 생기곤 한답니다.
하지만, 리드제너레이션은 단지 후원 요청 전화를 걸기 위한 DB 수집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비영리단체의 리드제너레이션은 지속해서 단체 활동에 관심을 두고 응원해 주며, 후원 이외에도 여러 방식으로 단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극 지지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그저 정기 후원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또한, 리드제너레이션은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라는 사실도 명심해야 합니다. 연락처를 통해 단체와 연결된 잠재 후원자(또는 잠재 지지자)가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단체에 힘을 보태게 될지는, 관계를 맺은 후에 어떻게 소통을 지속해 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 대체 어떻게 해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일을까요?
성공적인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을 위한 방법
1. 매력있는 캠페인 이슈 발굴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을 다수의 채널에 홍보하고, 홍보 콘텐츠를 적절하게 제작하는 것도 영향을 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동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캠페인 이슈’를 발굴하는 것입니다.
이 캠페인 이슈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데에는 9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 문제와의 거리 : 시민들이 문제와의 거리를 가깝게 여길 수 있는지
- 문제의 당사자성: 시민들이 본인 또는 주변인의 문제로 여길 수 있는지
- 낯섦 : 이슈, 사업, 해결 방안이 뻔하지 않으며 다른 단체와 차별적인지
- 시의성: 문제가 현재의 시기적인 특성과 시민들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는지?
- 위급성: 당장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지?
- 효과성: 단체의 솔루션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 진정성: 단체가 이슈 해결을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 왔는지?
- 스토리성: 이슈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연이 있는지?
- 감성 소구: 분노, 측은지심 등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할 요소가 있는지?
이 프레임워크 양식과 함께 여러분의 단체가 가지고 있는 이슈에 대해 평가해 보세요. 만약 단체의 이슈가 이 기준들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당장 시급하지 않은 것을 급하게,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시민에게 가깝고 구체적인 문제로 비틀어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소 먼 이야기 같은 기후 위기 문제를 당장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후 요금 문제로 바꿔보는 것처럼 말이죠.
2. 참여자의 수준 높이기
이렇게 이슈가 준비됐다면 어떤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명이나 탄원 같은 가벼운 수준의 캠페인은 참여자 수를 늘릴 수는 있지만, 단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적은 참여자들의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데요. 반대로 자원봉사나 일시 후원처럼 높은 수준의 캠페인은 참여자들의 단체 관심도는 높지만,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참여 수준과 참여자 수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단체 성격에 알맞은 캠페인 방식을 기획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슈에 대한 참여자의 이해를 도움으로써 참여 수준을 높일 수 있는데요.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단체와 이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수밖에 없도록 내용을 구성하거나, 리드마그넷*을 우리 단체의 이슈와 관련된 것으로 설정하는 것, 또는 후속 소통을 통해 지속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참여자들의 참여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 리드마그넷 : 참여자가 제출한 연락처 정보(리드)에 대한 대가로 제공하는 것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3. 캠페인 랜딩 페이지를 효과적으로 구성하기
탁월한 이슈 선택과 캠페인 설계로 많은 사람이 우리 단체의 캠페인 페이지에 찾아왔더라도, 랜딩페이지의 내용이 두서없이 쓰여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상호작용없이 페이지를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이슈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랜딩페이지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랜딩페이지 내용이 설득력 있으려면 왜 시민들이 캠페인에 참여해야 하는지, 원인이 되는 문제 상황과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해야 합니다. 서명이나 청원 캠페인이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 문제 상황
- 문제의 발생 원인
-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이유
- 기존 해결책과 한계
- 단체의 해결책과 근거
- 동참 요구와 시급성
이 항목들로 스토리 구체화할 때는 앞서 제시된 이슈 평가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이야기의 매력을 더하면 더욱 좋습니다.
4. 확보한 리드를 지속해서 관리하기
‘참여자’를 ‘지지자’로 발전시키는 리드너처링
사실 참여자들의 리드를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참여자들이 우리 단체의 지지자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속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리드를 발굴한 후 바로 후원 요청을 하는 것과 이메일, 전화 통화 등을 통해 꾸준하게 소통한 후에 후원을 요청하는 것, 어떤 것이 더 높은 후원율을 보일까요? 당연하게 후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 확보된 리드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단체들은 많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미처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고, 관련 인력이나 기반 시스템 등 각종 여건의 부족 때문일 가능성도 있는데요. 그래서 이런 소통 프로세스*를 미리 설계해서 체계화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때그때 일관성 없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보다는, 정해진 프로세스로 리드를 관리하는 것이 자원 기반이 제한된 상황에서 더 수월하게 참여자들을 관리 할 수 있게 합니다.
*예시)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 진행 -> 잠재 후원자 DB(리드) 수집 -> 감사 메시지 또는 메일 발송 -> 정기적으로 단체 소식 메시지 또는 메일 발송 -> … -> 전화 예고 메시지 발송 -> 전화로 후원 요청 -> 소통 지속 -> 후원 요청 ->…
여러분이 가는 길에 적정마케팅연구소가 함께합니다.
세미나에서는 이외에도 캠페인을 진행할 때 리드 전환율을 높이는 리드 마그넷의 선택 기준과 실질적인 전환을 늘리는 퍼포먼스 마케팅 방법, 캠페인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광고 운영에 활용하는 법 등 적정마케팅이 단체들과 협업하며 직접 터득한 여러 가지 노하우들을 나누었습니다. 더불어 단체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연사로 참여하신 이계정 국장님은 초기 리드제너레이션이라는 낯선 방법론을 도입할 시에 조직 구성원들을 설득해 내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선 한 가지만이라도 해본다.’는 생각으로 작은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다음 길이 있고, 그 길이 끝나자 또 다음 길이 보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크고 작은 캠페인을 지속해 오다 보니 참여연대의 여러 리드제너레이션 캠페인들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목표한 바로 가는 길 역시 평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 적정마케팅은 여러분이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갈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경험하는 시행착오들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함께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