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업은 착해져야 하는가.
필립코틀러는 소비자들이 기업과 상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실리적 혜택에서 무형적 가치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 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기업의 철학, 문화, 영성 등을 구매 기준으로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기업은 그에 부합하는 경영활동을 해야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왜 그렇게 바뀌었나’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필립코틀러의 저서 ‘마켓 3.0’에서는 이렇다 할 답을 찾진 못했다. 등 따시고 배 부르면 고차원적인 가치를 추구하게 된다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로는 뭔가 부족했다. 과연 지금 삶이 과거보다 풍족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차 SNS에서 단서를 찾게 되었다.
기업은 매스미디어와 같은 기존 스토리텔링 채널에서는 ‘상품’이라는 기업 활동의 최종 결과물에만 집중했다. 상품이 어떤 기능적인 효용성과 특징, 그리고 비용 편익을 가지고 있는지를 강조했다. 상품의 장점을 광고 메시지로 압축해 매스미디어로 반복 노출하는 것이 왕도로 통했다.
하지만, SNS가 보급되면서 기업 스토리텔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SNS 공간에서는 동일한 광고 메시지의 반복 노출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은 생산자, 생산 과정,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처럼 우회해서 상품과 기업을 어필할 수 있는 다채로운 메시지들도 함께 내 보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타임라인이라는 UI 자체가 사업 히스토리라는 연대기적 스토리텔링을 요구하고 있는 탓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기업들이 총체적인 사업 활동 전반에 걸쳐 스토리텔링을 하게 되면서 이제는 뛰어난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사업 활동 자체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다시 말해 생산자, 생산 과정,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 등을 공감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기업이 착해져야 하는 이유다.
물론, 거짓으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겠지만, 만인이 감시견 역할을 하게 된 상황에서는 위선은 금새 탄로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은 위선이 아니라 진짜로 ‘착해’져야 한다.
궤변에 가까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현상만 놓고 볼 때, 공유경제,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착한 경영’을 강조하는 사회적 경제의 부흥이 SNS의 폭발적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