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우이산호 송유관 충돌 사고. 언론이 이 일을 ‘여수 원유 유출 사고’라고 규정한 결과 사람들이 원유로 오염된 여수 앞바다를 연상하고 있다.
결과는 여수 수산업의 침체. 여수 지역에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언론이 이 사건을 ‘우이산호 원유 유출 사고’나 ‘GS칼텍스 원유 유출 사고’라고 규정했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사건의 원인이나 책임 소재로 돌려져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국내 연안에서 선박 해상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이름에 해당 선박명을 표기하는 게 국제적인 통상관례다.
1995년 여수시 남면 소리도 해안에서 발생한 유조선 침몰에 따른 기름 유출 사고는 그런 이유로 ‘씨프린스호 사고’라 불렀다. 하지만, 허베이스피릿호 사고부터 양상이 바뀌었다.
언론은 2007년 서해안 태안반도 해상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릿호의 원유유출 사고를 태안 원유유출사고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태안을 떠올리면 원유의 망령이 아직도 떠돌고 있다.
사고 발생 지점은 행정구역상 여수일 뿐 피해 지역은 아주 지엽적이다. 그런데도 언론이 지역명을 내세우고 있어 인식상의 사고 범위가 지역 전반으로 확대되어 버렸다.
모름지기 말은 사고를 규정한다 했다. 사실 사고 발생 지점은 행정구역상으로 여수일 뿐 사고 영향범위는 다른 지역이 더 크다. 물론 그 범위 또한 아주 지엽적이다. 그런데도 언론이 지역명을 내세우고 있어 인식상의 사고 범위가 지역 전반으로 확대되어 버린 것이다.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언론이 애꿎은 약자를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니, 지역사회에서 언론에까지 피해 보상을 청구할 일이다. 이번 여수 사고는 우이산호 원유유출 사고다. 사고명의 정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