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TV를 켜자 한 QR 코드 업체가 SNS 연동을 시작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스크랩도 하고, 친구들과 공유도 할 겸 리모컨에 달린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다른 시청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TV 설정 기능에서 SNS 뉴스 피드를 선택하자 화면 한켠에 시청자들의 소셜 댓글이 실시간으로 갱신되면서 나타난다.
<기존 리모컨 앱에 가상으로 붙여본 페이스북 ‘좋아요’>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감미롭다. 제목을 모르겠다. 오디오에 있는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음원 인식 프로그램이 찾아낸 음악 제목이 페이스북에 등록된다.
길이 막힌다. 내비게이션의 자동차 체크인 앱을 실행시킨다. 자동차 위치가 실시간으로 체크인된다. 내가 있는 곳을 방금 전 지나간 차량들의 경로 정보가 나온다. 경로별 예상 이동 시간도 뜬다.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한다.
회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위치기반 SNS로 차의 위치를 체크인해 둔다.
로비에 들어서자 휴대전화가 자동으로 출근 등록을 한다. 얼마 전부터 출·퇴근 기록은 위치기반 SNS 체크인으로 대체되었다.
컴퓨터를 켜자 로그인창이 뜬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들어가니 어제 이용했던 홈 PC의 최종 설정이 적용된다. 모든 컴퓨터 프로그램도 자동으로 페이스북에 ‘커넥트’ 되어 있다.
업무 중, 휴대전화가 울린다. 미팅이 잡혀 있는 업체 사람이 회사에 들어오면서 체크인을 한 것이다. 이 업체는 지도에서 특정 상점들을 지정하면 RSS 피드 형태로 신상품, 할인 판매 등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온다. 조금 전 미팅한 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본다. 지도에서 인근 식당 몇 곳을 선택하니, 그 곳 점주들이 보내온 메시지들이 업데이트된다. 신장개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곳을 찾아 점심을 해결한다.
퇴근 길, 서점에 들러 본다. 아침 뉴스에서 소셜 QR코드를 적용했다고 소개한 곳이다. 위치기반 SNS로 체크인해서 신간 안내와 할인 쿠폰을 받는다. 책에 붙은 QR코드 인식을 시도하자 책에 ‘체크인’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체크인’을 마치니 그 책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의 통계 정보가 나온다. 그 책과 관련해 남겨진 SNS의 메시지들을 살펴 본다. 친구들에게 추천해 볼만한 책이다. ‘좋아요’를 눌러 페이스북 서재에 등록해 둔다.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홈쇼핑 방송을 보고 있다. 공동구매 중이란다. 아내가 리모컨으로 SNS 친구들에게 열심히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TV의 SNS 체크인 기능 때문에 아내는 TV를 보는 동안에도 바쁘다. 홈쇼핑은 약과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만 나오면 패션 정보를 친구들과 공유하느라 도통 정신이 없다.
갑자기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울린다. 경찰서에서 위치기반 SNS 앱으로 보내 온 긴급메시지다.
내가 있는 곳 근처에서 누군가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첨부된 사진을 확인한 뒤 창문을 열어 바깥을 살핀다. 건너편 집 아저씨와 눈이 마주친다. 아마도 같은 메시지를 받았으리라.
오늘 하루를 돌이켜 본다. 알게 모르게 참 많이도 체크인을 했다. 포스퀘어와 런파이프 같은 위치기반 SNS에서 시작된 ‘SNS 체크인’이 어느 순간부터 일상 곳곳으로 침투해 들어온 듯하다. 체크인 대상은 방송 프로그램, 책, 이동 경로, 음식, 행사,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SNS로 공유할 만 한 가치가 있는 것들은 죄다 체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까지도 국민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기 위해 ‘체크인’ 이용을 장려하고 있다. 교통카드로 체크인한 정보를 공유하면 할인까지 해 준단다.
체크인 목적도 정보 공유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은 SNS 계정이 개인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신분증 역할을 하는데, SNS 계정으로 컴퓨터, TV, 휴대전화 등을 체크인하면 그 장치들이 내게 맞춰진다.
편리한 듯하면서도,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내 일거수 일투족이 공유되는 세상. 어쩌면 조지 오웰의 ‘빅브라더’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