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는 누리꾼들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그런만큼 소셜미디어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영리를 위해서 오용되어서는 안되며, 가급적 공공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SNS 기반의 비즈니스를 한다 하더라도, 사업으로 얻은 이익은 사회를 살찌우는 데에도 보탬이 되도록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만으로 그치지 않고 실행에 옮겨보고 싶었다.
블로터 소셜커머스랩에서는 SNS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과 작은 연대를 만들었고, 모두가 힘을 모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지 함께 고민해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 11월24일 환경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자선 공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모토로 하는 범국가적인 ‘350 캠페인’에 필요한 기금 마련을 위해 기획된 행사였고 12월 5·6일 이틀동안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다.
350 캠페인 : 기후 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위해서는 대기중 CO2 농도를 350ppm까지 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전세계 188개국 함께하고 있는 기후 변화 방지 캠페인이다.
이외수, 김제동, 박진희씨 등이 사회를 보고 윤도현밴드, 강산애, 안치환, 양희은씨 등이 공연팀으로 참여하는, 꽤 짜임새 있게 마련된 행사였다. ‘공연 관람으로 기부하는’ 컨셉트도 좋았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일련의 모금단체 스캔들로 인해 예전만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지 않은 게 문제였다. 공연 프로그램이 웬만한 상업 공연 못지 않게 잘 짜여 있어 광고만 하면 상황이 나아질 수도 있었겠지만, 취지가 기금 마련에 있는 만큼 불필요한 비용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공연날까지 10여일 남은, 촉박한 상황이긴 했지만 먼저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아무개 소셜쇼핑 업체에서 이미 잡혀있는 스케줄을 조정해서라도 공연티켓 공동구매 이벤트를 진행해 주기로 했고, 판매 수익금은 전액 환경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메타 소셜쇼핑 사이트 다원데이와 한국트위터이용자 커뮤니티 트윗애드온즈는 350 공연 광고를 무상으로 진행해주기로 했다.
사실 트윗애드온즈는 모임의 멤버는 아니었지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 직접 대표와 연결시켜주었고 전화 통화만으로 흔쾌히 지원을 결정해주었다. 하루 9만명의 트위터 이용자가 방문하는 국내 최대의 트위터 커뮤니티인 만큼 큰 힘이 될 것이라 여겼다.
기업뿐만 아니라 SNS 이용자들도 350 캠페인 알리기에 동참하면 좋겠다 싶었다. 11월 26일 트윗애드온즈에 ‘선한 구전단’ 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트위터로 그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그 날 모임에 가입한 분 중에 트위터 매시업 전문 개발사 팩토리앱스의 김형필 대표가 있었다. 트위터 이벤트 생성 플랫폼으로 유명한 트윗이벤트 개발자이기도 했다. 그는 ‘그룹 RT’(그룹에 가입한 트위터 이용자들이 한날 한시에 같은 메시지를 RT)라는 기술을 개발해놓았는데, 350 캠페인에 활용하면 좋겠다며 제안해왔다.
그래서, 금요일 밤부터 주말까지 그의 도움으로 그룹 알티를 이용한 ‘선한 입소문’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트윗을 기부해 주면, 정해진 날짜에 기부 받은 공익 캠페인 홍보 트윗이 기부자들의 트윗 계정으로 동시에 알티가 된다. 입소문이 단기간에 집중될수록 그 효과가 배가되는 트위터의 특성을 살린 것이다.
페이스북 기반으로 입소문 기부를 받는 애플리케이션이 해외에 하나 있기는 하지만, 트위터 기반으로 만든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팩토리앱스의 김 대표와 ‘트위터 자선냄비’라고 이름지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350 캠페인 사용을 바탕으로 좀 더 보완한 후 NGO 등을 위한 트윗 기부 오픈 플랫폼으로 확대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김치국도 이런 김치국이 없을 것이다.
▲ 트윗자선냄비 홈페이지
이상이 환경재단 ‘350 캠페인’을 위한 선한 입소문 실험의 6일간의 기록이다.
지금 트윗자선냄비에서는 ‘지구가 숨쉴 수 있는 생명의 숫자 350! 작은 실천 동참해 주세요 <콘서트 350>’라는 캠페인 트윗이 여러분의 기부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 반나절 트윗을 기부 받아 12월2일 오전 9시 일괄 리트윗할 예정이다. 지원을 약속한 기업들도 곧 콘서트 광고 게재를 할 것이며, 공연티켓 공동구매 이벤트도 진행한다.
단 6일간의 도전이었던 만큼, 허술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SNS에는 좋은 취지라면 얼마든지 많은 기업들과 누리꾼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실험과 도전으로 ‘소셜미디어는 기본적으로 선하며, 선한 입소문이 잘 퍼진다’는 믿음이 틀리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