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셜커머스>를
세상에 선 보인 지 한 달이 지났다. 초기 반응이 나쁘지 않다. 출간 1주 만에 2쇄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여러 매체에서 책에
대한 소개들이 나가긴 했지만, 직접 책을 출판한 블로터닷넷과 하나마나한(?) 필자의 블로그외에는 전혀 광고를 하지 않았으니 기대
이상의 성과다. 아마도, 그동안 블로터닷넷이 독자 여러분들께 쌓아 온 신뢰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블로터닷넷이 일부러 출판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하는 출판이다 보니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가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책의 주제가 소셜커머스인 만큼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하기가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필자는 ‘소셜’은 등한시한 채 광고 경쟁에만 몰입하고 있는 소셜쇼핑 업체들을 비판해왔다. 그런데 정작 내 책을
팔겠다고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얼마나 모순되고 우스운 꼴이 되겠는가? 그것도 ‘소셜커머스’라는 책을 말이다.
그렇다고 공들여 쓴 책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책 제목답게 ‘소셜’하게 판매촉진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은 없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몇 가지 직접 시도해 보았다.
물론, 그 결과야 전통적인 출판 마케팅에 전혀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해 봄 직한 소셜커머스의 형태를 찾아본 의미는 있었다.
작은 시도지만, 그래도 그 시도들에 담겨진 소셜커머스의 본질을 이해해 줄 분들이 계시리라 믿고 용기를 내 본다.
소셜스트림의 ‘아전인수’
직접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책 <소셜커머스>를 위한 소셜커머스’는 이미 구현되고 있다. SNS 이용자들은 이미
책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추천하며, 그 결과 다른 누군가는 책을 구매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얼굴까지 내 걸고 추천까지 해 주다니 인세를 받는 저자로서 매우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SNS 이용자들의 추천은 ‘리트윗’ 등을 통해 확산되지 않는다면 각 추천자의 사회관계망 안에만 머무른다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메시지들에 파묻혀버리기도 한다.
SNS를 통한 추천은 신뢰할 만하고 설득력이 강했지만, 절대적인 노출량에 있어서는 포털사이트나 인터넷서점의 ‘작업성’ 리뷰와
댓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한 추천 대상인 책 소개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는 연결 통로도 없어, 추천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기도 어려웠다.
이처럼 도달 범위가 제한적이고 쉽게 휘발해버는 SNS상의 추천 메시지들에 더 큰 확산력과 고착성을 부여해야 했다. 추천 메시지들을 추천 대상인 책과 결합도 해야 했다.
생각한 방법은 추천 메시지들을 취합한 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간에 고정시켜두는 것이었다.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서점의 책 정보 페이지에 ‘플러그인’ 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임시 방편으로 필자의 블로그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먼저, SNS상의 추천 메시지들을 검색했다. SNS들의 검색 기능이
제한적이라 추천 메시지들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독서 소감을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보내주신 분들이 여럿 계셨다.
페이스북은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로 인해 추천 메시지들을 추출할 수 없었다. 트위터만 활용해야만 했다.
트위터에는 자신의 트윗이나, 관심 트윗 또는 특정 리스트의 트윗 등을 외부 웹사이트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위젯 생성 기능이 있는데, 이 중 관심글 위젯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책 추천 트윗들을 관심글로 등록하니 쓸 만한 위젯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을 필자 블로그의 책 배너 아래와 책 소개 포스트 안에 설치했다.
어쩌면 소셜커머스의 출발은 이미 존재하는 ‘신뢰 자산’을 시각화하는 일일 것이다. 필자는 하지 못했지만 기왕이면 ‘보기 좋은 떡’을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활용 가능한 ‘신뢰 자산’도 추천 메시지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시각화된 신뢰자산’은 가능한 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플랫폼에 노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책 표지에 QR코드를 넣어 오프라인에서도 리뷰 트윗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추천 메시지들을 변형하거나 가공해서는 안되며, 트위터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상업적인 광고의 재료로 악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트위터 메시지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기는 하나, 메지지 작성자의 성명권과 초상권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위젯은 트위터의 데이터베이스에 물고를 터 일부 메시지들이 그냥 흘러지나가게 한 것(아전인수?!)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 입소문에 ‘넛지’를
SNS를 통한 메시지의 확산은 순간적이고 일회적이다. 트위터의 경우 모든 리트윗의 92.4%가 본 트윗이 발행된 1시간 이내에 이루어지고, 트윗이 리트윗될 확률은 6%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보니, SNS로 책을 홍보하더라도 그 메시지가 넓게, 오랫동안 퍼져나갈 것이라 기대할 수 없었다. 메시지 확산의 좁은 커버리지와 짧은 수명을 메시징의 빈도로 보완하려다 보면, 자칫 스패머로 인식될 위험이 있었다.
한 번 메시지를 보내도, 그 메시지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페이위드어트윗(Paywithatweet.com)’을 활용해 보기로 했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아래, 지난번 소셜커머스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PPT의 미리보기가 있다. ‘페이위드 어 트윗’(Pay with a
tweet) 단추를 누르면 파일 원본을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추를 누르면 필자가 정해놓은 웹페이지의
url과 함께 ‘트윗과 좋아요로 소셜커머스 컨퍼런스 발표 자료를 다운로드해보세요’라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배포된다. 혹시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한 번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
그러면, 그 메시지가 전달된 사람들 중 파일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 url을 눌러 볼 것이고, 이들은 다시 파일을 얻기 위해 입소문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무료 파일이라는 인센티브가 입소문이 단절되지 않고 2차 입소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넛지’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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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캐스 R. 선스타인과 리처드 H. 탈러가 공저한 책 ‘넛지‘에
서 나온 말로, 타인의 선택을 본인의 의도대로 이끄는 선택 설계의 기술을 말한다. 웹문서가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이 나는 순서는
‘1단계 : 1차 입소문(url첨부 트윗 배포)→2단계: url 클릭→3단계: 내용 확인→4단계: 2차 입소문’의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2차 입소문이 나기 위해서는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필자가 취한 방식은
‘1단계 : 1차 입소문 →2단계: url클릭→3단계: 2차 입소문→4단계: 내용확인’이다. 3단계와 4단계의 순서를 뒤바꿈으로써
2차 입소문이 날 수 밖에 없는 선택 설계를 한 것이다.
이러한 페이위드어트윗 단추는 책을 홍보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트와 페이스북 페이지의 탭에 적용했는데, 그 결과 약 2주가 지난 현재까지도 트위터를 통한 유입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아무리 강력한 인센티브를 설정해 놓는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약발’이 떨어지는 법, 계속해서 새로운
파일들을 인센티브로 내 걸 생각이다. 소셜커머스 발표 자료 수요와 책 소셜커머스의 수요가 일치한다지만, 아예 책 요약본을
다운로드하게 한다면 그 판촉 효과는 더욱 직접적일 것이다.
▶ 숙제로 남은 페이스북 커머스
페이스북에 앱의 형태로 쇼핑몰을 만들어 책을 판매하면 좋겠다 싶었다. 책을 구매하면 자동으로 페이스북으로 입소문 나게 하고,
그 대신 입소문의 가치만큼 할인해주면 좋겠다 싶었다. 아니면, 책을 ‘좋아요’하면 할인 쿠폰을 나눠줘 볼까도 생각했다.
이벤트브라이트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페이스북 ‘좋아요’ 한번의 가치는 1.34달러라고 하지 않던가?
공동구매를 진행해 할인을 원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페이스북 친구들을 초대하게끔 해 보고도 싶었다. 담벼락에 책을 판매하는
어플리케이션의 url을 올리면, 팬들이 앱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바로 뉴스피드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게 해 볼까도 생각했다.
한화 결제가 지원되는 페이스북 앱 제작 솔루션 이니 P2P가 상품 판매 이외에는 별다른 프로모션 기능을 지원하고 있지는
않지만, 꼭 한화로만 팔아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해외 무료 솔루션만 활용해도 앞서 말한 구상들의 대부분을 실현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팬 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었다. 어떤 프로모션을 진행하든 400명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성과 달성에 필요한
티핑포인트를 넘어설 수 없었다. 게다가 400명에게 책 판매 사실을 알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쇼핑몰 앱을 대문페이지로 설정하는
것을 생각해 봤지만, 상업적인 정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반복해서 담벼락에다 쇼핑몰 앱을 홍보한다면 많은 분들이 페이지의 ‘좋아요’를 취소할 것 같았고, 홍보 한 두 번 정도로는 많은 메시지들이 넘쳐나는 팬들의 뉴스피드에서 인지될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설령 페이스북 광고를 해서라도 쇼핑몰 앱으로 사람들을 불러온들, 무료 솔루션으로 제작된 어설픈 앱에서는 구매전환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럴듯하게 상품을 포장하는데 있어서는 아직까지는 외부 웹사이트가 월등히 앞선다.
페이스북을 통해 책을 판매해 보는 것을 고려하기에 앞서 실제로 블로터닷넷의 페이스북 컨퍼런스 참석권을 판매해 보았는데, 판매
실적은 아직까지 ‘0′이었다. 상품이 별로라서가 아니다. 이번 컨퍼런스의 참가 신청 속도는 사전에 매진되어 버린 지난 행사 때
보다 빠르다.
그 결과, 아직은 시도하지 못했다. 영화 ‘300′의 레오니다스와 같은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소셜커머스를 구현하는데 있어 풀어야 할 숙제는 발견하였다. 계속 고민해서 방법을 찾아낸다면 꼭 글로 소개해드리겠다.
▶ 구매자들과 SNS로 친구되기
이 글에서 가장 먼저 소개한 방법은 이미 존재하는 SNS상의 추천 메시지를 활용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필자에게 트위터
멘션으로 알려온 독서소감만을 말이다. 하지만, 독서소감을 보내온 사람들은 책 구매자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책을 구매한 모든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고, 그들로부터 SNS를 통한 추천 메시지를 얻어낼 수만 있다면 필자의 신뢰자산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책 구매자들과 연결할 수 있을까? 중요한 문제였다.
고민 끝에 두 가지 방법을 떠올려냈다. 책이 반응이 좋아 다음 인쇄까지 들어간다면 시도해 볼까 생각중인 것들이다.
- 책에다 필자의 강연 동영상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쿠폰을 포함시킨다. 쿠폰은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인증서
같은 것인데, 쿠폰 번호를 필자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보내야지만 다운로드 링크를 받을 수 있다. 책 구매자들이 쿠폰 번호를
보내오면, 필자는 이들의 SNS 계정 정보를 확인하거나, 친구로 연결한다.- 책에 QR코드가 있다. QR코드에는 ‘할인 쿠폰을 이용하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QR코드 리더 앱으로 이것을 읽으면
필자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좋아요’ 하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것을 승인하면 모바일로 할인 쿠폰이 전송된다.
물론, 강연 동영상, 할인쿠폰보다 책 구매자들이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인센티브로 내 건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 막 책을 출간한 지 한 달이 됐다. 매스미디어 광고나 언론홍보가 책 판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한달 까지라고 한다. 이후부터는 입소문이 중요하다.
첫 출판인 만큼 특별한 마케팅을 할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는 다른 책들과 동등하게 입소문으로 경쟁하게 된다. ‘소셜’의 힘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