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범섭 그루폰 CTO로부터 소셜커머스의 본질은 큐레이터라는 말을 들었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말이다. 최근 들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이들이 큐레이터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동 구매와 할인상품 판매 방식은 소셜커머스 이전부터 봐 왔다. 소셜커머스 서비스의 SNS 연동은 있으나 마나 한 마케팅 양념에 불과하다. 오프라인 상품을 온라인으로 소개할 수 있는 지역정보 서비스도 많다.
그런데도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상품 중개를 큐레이팅이라는 아트 차원으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단순한 할인 쿠폰 중개업자가 아니다. 이들은 질이 좋은데다 할인까지 해 줄 수 있는 상품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사진작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을 투입해 발굴한 상품을 매력적으로 포장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플랫폼에 포장된 상품을 전시한다. 그것도 집중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하루에 하나씩만 보여준다.
웹2.0이 야기한 정보의 홍수 속에 얼마나 요긴한 서비스인가. 복잡하게 고민하고 헤맬 필요가 없다. 그날 전시되는 매력적인 상품을 살지 말지 결정만 하면 된다.
다만, 이러한 큐레이팅이 상거래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바로 큐레이터의 신뢰성이다. 원래부터 신뢰 자산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큐레이터 역할을 하거나, 큐레이팅을 하면서 점차 신뢰 자산을 늘려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이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대부분 신뢰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신뢰 자산을 더하기는커녕 짝퉁 판매, 할인율 조작, 과대 과장 광고 등으로 부족한 신뢰마저 잃고 있는 실정이다. 포장에는 능했지만 큐레이팅의 첫 단계, 옥석을 가리는 데 신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큐레이션에 신뢰를 더한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이 있어 주목을 끈다.
오픈스카이는 이미 신뢰자산을 가지고 있는 외부 전문가 75명을 큐레이터로 참여시킨다. 관심 분야의 전문가를 선택, 팔로우하면 마샤스튜어트를 비롯한 음식, 패션, 헬스케어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얼굴을 걸고 추천하는 상품 판매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샵스타일은 서비스 이용자들을 큐레이터로 참여시킨다. 이용자들은 샵스타일과 제휴된 쇼핑몰의 상품들로 자신의 코디를 연출할 수 있는데, 코디 결과를 서비스 안에서 팔로잉·팔로우 관계를 맺은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다.
두 서비스는 큐레이터가 전문가냐 일반인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서비스 제공자가 뒷방에 물러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큐레이터와 소비자들간에 사회적 관계망이 구축된다는 공통점도 있다.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자신의 판매하는 상품을 자신이 선전하는 것보다 남들이 선전하는 것이 보다 믿을 만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에 진짜 ‘소셜’하다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샵스타일은 상품의 속성 상 사람의 직관성이 강력한 추천알고리즘으로 작용한다. 패션 아이템의 코디네이션은 구글과 같은 기계적인 알고리즘으로 구현될 수 없다. 색상 데이터를 비교해 비슷한 것들을 매칭시켜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전체적인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직관성은 인간 고유의 것이다.
이 사실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그루폰류의 소셜커머스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직접 연결해주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상품의 질은 누가 담보할 텐가. 모두에게 보편 타당하게 신뢰를 얻고 있는 제3자의 개입이든, 사회 관계망 형성을 통한 이용자들간의 개인적인 추천이든, 정교하고 정확한 추천 알고리즘이든, 믿을 수 있는 큐레이팅 과정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