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처럼 사라진 매직 글씨의 매직
소금장수 할아버지
늙은 손 행여 떨릴세라
매직으로 꾹꾹 눌러쓴 글씨
영광 천일염 팝니다
짜기만 했을 할아버지의 지난 세월
매직처럼 내 마음마저 절여 놓던 그 글씨가
어느 날인가
간판가게에서 성형을 했습니다.
잘생겨진 글씨
매직은 사라졌습니다.
* 한살림 운동을 이끈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의 어록을 보고서야 매직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기 ‘군고구마’라고 쓰인 글씨를 보게. 초롱불 아래 보이는 저 글씨를 말이야.
저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고구마가 머리에 떠오르고 손에는 따뜻한 고구마를 손에 쥐고 싶고 가슴에는 따뜻한 사람의 정감이 느껴지지 않는가.
결국 저 글씨는 어설프게 보이지만 저 글씨가 진짜이고 여태껏 내가 써온 글씨는 죽은 글씨야. 즉 가짜란 말일세. 그러니까 내 글씨는 장난친 것 밖에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