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야기꾼 정용화와 시골 비즈니스의 미래

뜻밖의 큰 영감을 얻고 왔다. 그저 페이스북 활용기 정도를 기대했지만, 정용화님과의 인터뷰는 시골 비즈니스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몇 가지 단초를 제공해주었다. 강원도 정선, 그 곳에서도 오지로 손꼽히는 거북이마을까지 힘들게 찾아간 보람이 있었다.

정용화님은 이젠 한 가구밖에 남아 있지 않은 이곳 오지 마을에서 민박집을 하는 어머니, 동생과 함께 야생화차를 만들어 살아간다.

2009년부터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 생업, 마을, 동강의 자연 이야기를 꾸준히 담아왔는데, 그것이 적지 않은 사업 밑천이 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페이스북으로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말한 밑천은 앞으로 사업을 무한히 넓혀나갈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이었다.

▲ 야생화를 다듬고 있는 정용화님

스토리텔링, 자연을 팔다

그는 4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잘나가는 디자인 정책 기획자였다. 세계디자인수도서울 프로젝트, 상하이엑스포 서울시관, 동대문플라자 기획 등에 참여했고, 2007년에는 창의적인 정책제안으로 제야의 종 타종 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른 나이에 성공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결국 몸에 탈이 났다. 너무 자신을 혹사한 탓이었다.

결국 낙향을 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나눌 또래가 없어 외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페이스북이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하나둘 이야기 친구를 사귀어 가면서 고향의 일상을 부지런히 소개해 나갔다. 매일 달라지는 동강 자연 생태계의 모습, 야생화를 채집하고 차로 만들어 가는 과정, 가끔 강에 나가 고기 잡는 이야기, 소와 닭을 키우는 이야기, 동강변 텃밭에서 농작물을 키워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저절로 상품 주문이 들어왔다고 한다. 상품을 사달라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유를 묻자 자신이 풀어나간 이야기들로 인해 동강의 청정함,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성실함과 소박함이 야생화차라는 상품에 투영됐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도시생활에 병든 한 젊은이가 동강 거북이마을에서 건강을 회복해가는 과정 역시 ‘동강의 치유력’이라는 이미지를 상품에 더해줬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스타벅스가 감성마케팅으로 커피라는 상품의 범주를 문화로 확장했듯이, 그의 스토리텔링은 야생화차를 동강의 자연으로까지 확장시켰던 것이다. 그것이 ‘저절로’의 비결이었던 셈이다.

모든 도시 사람들에겐 자연을 향한 귀소본능이 있다.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과 팬들에게 있어 야생화차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이었을 테다.

더 큰 이야기, 더 큰 가능성

그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야생화차를 만드는 일이다. 동강의 자연이 허락하는 다른 것들과 땅을 일궈 수확하는 모든 것들은 가족과 민박집 손님들의 먹을거리로 쓴다. 하지만 그는 페이스북에 야생화차 이야기만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큰 이야기, 야생화를 키워내는 자연과 야생화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까지도 자세히 그렸다.

그렇다 보니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야생화꽃차에서는 다른 것들도 판매되곤 한다. 물론 여유분이 있을 때에 한해서다. 가끔 ‘산에서 칡을 캤어요’, ‘가족들이 먹을 깨를 털었어요’, ‘반찬 양념에 쓸 야생화 효소를 내렸어요’ 식의 글을 올린다는데, 그럴 때마다 이야기 소재가 되는 상품을 사겠다는 주문이 들어온다 했다.

이야기 소재를 야생화차에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 확장한 만큼, 그 안의 많은 것들이 다 상품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마치 커피라는 상품을 문화로 확장한 스타벅스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능성은 먹을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동강과 거북이마을의 볼거리, 들을거리, 만질거리, 체험할거리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의 사진에 자주 등장하는 강가의 돌멩이는 그의 손을 거치면 멋진 동강표 찻잔이 된다. 그가 매일 산책하는 집 앞 강가 자갈밭과 모래밭은 휴식을 위한 오토캠핑장이 된다. 오토캠핑장에서는 앞으로 야생화꽃차와 함께하는 동강음악회도 열어볼 생각이란다. 가끔 페이스북에서 시골 밥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특급 호텔 요리사 경력을 가진 동생과는 자연식 요리캠프를 여는 것을 이야기 중이라 했다.

그에게 사업 정체성을 물으니 “사업 형태를 특별히 정해놓진 않았다”라고 한다. 그냥 현재를 살아가면서 뭔가를 해야 하는 요구가 많아지고 본인이 충분히 즐길 만하다 판단이 될 때, 그냥 도전해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기여 매출, 작아도 큰 의미

페이스북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그의 사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그 비중이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고 한다. 따지고 들면 페이스북이 매출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비즈니스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의 대부분을 야생화차 도소매업자들에게서 일으키는데, 이들을 거래처로 발굴할 때 페이스북 페이지가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홈페이지 대신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홈페이지였다면 불가능했을 신뢰를 심어주는 것 같다고 했다.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좋아요를 누른다고도 했다. 페이지 속에는 꽃에 대한 그의 감성, 꽃을 채집하고 차를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과정, 야생화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상세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라 했다.

페이스북은 그가 방송과 신문에 날 기회도 여러 차례 만들어주었다. 요즘 매스미디어들은 소셜네트워크로 취재원을 발굴하기도 한다.

가끔은 금전적인 효과가 적어 페이스북을 계속 해야 하나 회의가 들 때도 있었지만, 인내하고 꾸준히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겼고, 그 결과 효율성이 좋아졌다고 한다. 페이스북 활용하기 시작한 초기만 하더라도 하루에 두세 시간씩은 족히 투자했는데, 지금은 함축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테크닉이 생겨 한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했다.

소셜네트워크 고객, 친구인가 고객인가

그가 페이스북의 첫 고객을 떠올렸다. 해외에 계신 분인데, 한국에 들어올 때 직접 만나 야생화차를 사고 싶다고 했단다. 그래서 서울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그런데, 당황스런 일이 생겼다. 그는 상대방을 그저 고객으로만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달랐던 것이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 사람의 손에는 선물 한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차 값으로 받은 100달러 지폐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가끔 그 지폐를 들여다 보며 고객들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마음속으로 되뇌인다고 했다.

그는 따로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에 가격이나 계좌 정보가 들어간 온전한 형태의 상품 정보도 올리지 않는다. 쇼핑몰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면 서로가 편리하겠지만, 고객과의 직접적인 대화가 배제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상품 구매 문의를 받으면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성별, 체형, 기타 취향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눈 후 차를 추천한다.

여기까지가 이번 소셜잇수다의 요약이다. 팟캐스트에는 글로 소개한 것 외에도 정용화님의 페이스북 관리 노하우도 담겨있다. 정용화님은 페이스북 친구가 5천명, 야생화꽃차 페이지 팬 수가 5400명이다. 민박집을 위한 동강거북이마을 페이지 팬 수도 1천명이다. 왜 계정을 셋이나 운영하는지, 계정마다 많은 인맥과 팬을 만들어낸 비결은 무엇인지도 들어보았다.

하지만 페이스북 운영 노하우 때문에 소셜잇수다를 청취하라 권하고 싶진 않다. 정용화님의 이야기 속에는 그 보다 중요한, 시골 비즈니스 미래를 가늠할 실마리가 담겨 있다.

인터뷰를 통해 필자가 얻은 실마리는 다음과 같다.

‘시골 비즈니스의 미래는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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