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소셜미디어 행정

집 앞 이면도로 횡단보도 신호등이 고장이다. 벌써 사흘째다. 아이가 그 길로 통학하기에 괜히 불안하다. 시청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넣어보니, 관할이 아니라며 구청으로 연락하란다. 구청에서는 담당을 연결한다며 전화를 몇 차례 돌리는데, 통화중 신호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급기야 전화가 끊어져 버린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로 고자질도 할 겸 민원을 넣어본다. 몇 시간 이나 지났을까. 서울시 공식 트위터에서 신호등을 고쳤다고 알려온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신호등 사진도 담았다.

사실 이런 일은 서울에서는 흔하다. 올 들어 제보와 민원을 포함해 하루 평균 100건 가량의 시민의견이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로 접수되었다고 한다.

박원순 시장이 부임 이전부터 트위터로 활발하게 소통을 해 온 탓도 있겠지만, 서울시가 시장 트위터를 시민 소통 채널로 적극 수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게다가,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더 없이 유용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를 하는 서울시민이라면 길을 가다 발견하게 되는 어떤 불편사항이나 불안요소들, 이를테면 잘못된 버스 노선도, 고장난 가로등, 뚜껑이 없어진 맨홀, 아슬아슬한 축대 등을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에 담아 트위터로 알리면 된다. 간단하게 위치정보를 표시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더 이상 인터넷과 전화로 담당 부서와 담당자를 찾아 헤맬 필요도, 민원 내용과 장소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뺄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시민들의 트위터를 통한 제보와 민원은 시 입장에서도 좋다.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를 제거함으로써 더 많은 시민 불편 사항과 불안 요소를 재빨리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어, 그것들이 방치되었을 때 생겨났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는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이다. SNS소통팀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 민원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온라인 관제 센터도 며칠 전 문을 열었다.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이러한 서울시의 소셜미디어 행정을 들어보기 위해 서울시청 SNS 소통팀 김지영 팀장을 초대했다. 그녀는, 트위터 활용은 서울시 소셜미디어 행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 서울시 SNS소통팀 김지영 팀장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민참여, 한계도 고려해야

서울시의 소셜미디어 행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민 참여다. 서울시는 소셜미디어를 단지 또 하나의 시정 홍보 채널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것의 본질인 소통 기능에 주목해 시민들의 민원, 제보, 제안 등을 수렴해 시정에 반영하는 용도로 적극 활용한다. 수해처럼 모든 것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재난이 발생할 때는 해시태그 형태로 약속어를 정해놓고 시민들 각자가 자신의 거주지와 관련된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그런데, 소셜미디어만으로 폭 넓은 시민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 하기란 어렵다. 아직까지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시민들이 더 많다. 그런 만큼 서울시는 포털사이트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서울시는 새로운 시책을 추진할 때면, 다음 아고라에 토론방을 열어 정책 토론회를 생중계하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쌍방향 소통 지도인 다음 커뮤니티맵에서는 시민들이 재난 방지와 도시 시설물 관리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는 위험한 가로등이나 패어 있는 보도 블록처럼 조치가 필요한 도시 시설물을 지도에 표기, 신고할 수 있게 하다가, 수해 등 재난 발생이 예상될 때는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막힌 빗물받이나 아슬아슬한 축대를 신고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제보에 대해서는 소셜미디어 민원과 마찬가지로 처리 후 결과를 알려준다.

서울시에는 트위터 서울마니아미투데이 해치군페이스북 서울시 페이지블로그 서울마니아 등 4개의 대표계정에 각 부서에서 운영하는 계정들까지 합쳐 모두 80개 정도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있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는 소셜미디어를 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시정 분야가 광범위한 만큼 서울시가 대표 계정만으로 모든 부서의 사업을 소개하고, 모든 사안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기란 무리일 것이다. 게다가 대표 계정이 너무 많은 정보들로 산만해지게 되면 오히려 시민들이 외면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대표계정은 가장 일반적인 사안에 집중하되, 전문적인 사안은 각 주무부서가 따로 다루도록 한다. 전문성을 갖춘 담당자들이 직접 시민과 소통을 하는 만큼, 소통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공공기관의 소셜미디어 활용, 공무원의 인식 개선도 중요

4개의 대표계정을 제외한 나머지 소셜미디어 계정들은 대부분 각 부서가 자율적으로 만든 것들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부임 이후 실, 국, 본부, 사업소 단위까지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열도록 권장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소셜미디어에 보수적이다. 의견을 수렴한다며 확정되지 않는 시책을 공개했다가 자칫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부터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무사안일주의는 소통의 적이다. 소셜미디어를 자율에 맡긴 만큼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시는 정보 공개를 기본 원칙으로 세우고, 공무원들을 안심시키는 노력들도 병행한다. 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소셜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분기별로는 사적인 용도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공무원 중에서 소통왕을 선정해 포상하는 것은 그 일환이다.

소셜미디어 지침을 정하지 않은 이유

서울시가 소셜미디어 계정이 많고 대다수가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소셜미디어 지침이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서울시에는 아직까지 지침이 없다. 공무원들은 규정에 충실하고자 하는 성격이 강해, 지침이 자칫 소셜미디어에 대한 경직성을 높여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할까 우려해서다. 물론, 내년쯤에는 지침을 내 놓을 계획이다. 다만, 소통을 장려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방향 제시 정도에 그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재난 발생시처럼 서울시의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이 일사 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위해서는 소셜미디어 계정 간 협조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정해 놓긴 했다. 예를 들어, 어떤 계정이 대표 계정 역할을 할 것인지, 다른 계정들은 대표계정에서 나오는 침수정보, 대피요령,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정 정보 등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 다른 자치구 소셜미디어 계정과는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를 매뉴얼처럼 만들었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센터로 소통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다

얼마 전 서울시는 소셜미디어센터를 열었다. 소셜미디어센터는 서울시 소셜미디어 계정들로 들어오는 시민들의 민원, 제보, 의견을 모으고, 그것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을 보여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서울시와 시민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한눈에, 투명하게 파악된다.

원래는 80개의 서울시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마치 전화번호부처럼 정리해 주는 정도로 구상했는데,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로 시민 소통이 촉발되면서 그것까지 고려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에 있는 SNS 지도

그런데, 소셜미디어센터에는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소셜미디어 시민 제보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공무원들의 인트라넷이다.

이 인트라넷은 서울시의 각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들어오는 시민 제보 등을 자동으로 수집, 분류한 후 주무 부서 관리자에게 전달한다. 자동 분류가 어려울 경우에는 SNS소통팀이 직접 주무 부서를 지정한다. 그렇게 시민 제보 등을 전달받은 부서 관리자는 다시 실무자를 지정하게 되고, 실무자는 그것을 처리한 후 처리 결과나 감사 인사를 소셜미디어센터에 입력하게 된다. 그러면, 시민 제보자에게 서울시의 답변이 자동으로 전송된다.

소셜미디어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SNS소통팀이 서울시장 트위터를 모니터링하면서 주무부서를 찾아 일일이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야 했다. 처리 결과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으로 자동화가 이루어진 만큼, 소셜미디어 행정의 속도와 효율성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 소셜미디어 계정들로 들어오는 시민 제보 등의 30% 정도가 자치구 소관이라고 한다. 따라서 서울시 소셜미디어센터가 온전한 인트라넷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자치구와의 협조 또한 온라인으로 시스템화해야만 한다.

최근 소셜미디어센터가 문을 열자 다른 지자체에서 관심을 보여온다고 한다. 하지만, 김지영팀장은 시스템 구축보다 중요한 것은 그에 앞서 부서간 협조 프로세스를 정립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남은 과제, 탈 ‘박원순’

현재 서울시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시민 제보 등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개인 계정에 집중되고 있다. 그 양이 서울시 대표계정보다 10배 가량이나 많다. 소셜미디어로 관계를 맺고 있는 시민들의 수도 차이가 크다.

그런 만큼, 서울시는 탈 ‘박원순’을 해야 한다. 서울시의 소셜미디어 행정이 소위 말하는 ‘파워 트위터러’인 박원순 시장 덕을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결국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현재 수준의 시민 소통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청 공무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적극 장려하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한다.

한편, 소셜미디어 활용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다. 내년쯤 측정 지표를 선보이기 위해 성과측정 자문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데, 이게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서울시의 소셜미디어 활용이 홍보에 머무르지 않고 시정에까지 적용하고 있는 만큼, 그것이 시정의 효율성, 참여민주주의의 구현, 시민 생활의 개선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이번 소셜잇수다의 요약이다. 팟캐스트에서는 서울시의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정 홍보 활동, 소셜미디어 활용을 가로막는 장애들, 다른 지자체를 위한 조언 등도 들어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셜미디어 활용과 선거법의 충돌 문제도 다뤘다.

서울시 사례는 꼭 공공기관에만 유용하진 않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본질은 소통에 있다. 일방적인 홍보를 넘어 고객과 소통을 시도해 보려는 기업들에게도 서울시는 좋은 모범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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