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의 정석 e마케팅

아무리 좋은 일에 쓴다 한들, 남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빼 오는 일이 어디 쉽기만 할까. 그것도 매월 꼬박꼬박 빼내겠다고 하면 반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굿네이버스의 정기 후원자는 그 수가 25만4천명이다. 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주는 돈은 지난 10월 한달 동안만 해도 52억원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그 답을 얻고자 굿네이버스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체의 성장동력을 온라인에 두고, 온라인 마케팅의 정석에 충실한 것이 통했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하면, 매력적인 콘텐츠 제작, 콘텐츠 도달 극대화, 잠재 후원자 발굴, 마케팅 통합, 콘텐츠 다각화가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실행은 분명 다른 차원의 얘기였을 것이다.

비결 하나. 매력적인 콘텐츠 제작과 콘텐츠 도달 극대화

굿네이버스의 온라인 모금 마케팅은 1998년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부터 시작됐다. 벌써 14년이 지난 셈이다. 그 동안 웹2.0이 유행하고, 소셜미디어가 등장하고,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접속 환경까지 생겨났으니 제법 많은 변화들을 겪어 왔을 법도 하다.

굿네이버스가 그런 변화들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그 과정을 설명해달라 부탁했다. 답변이 매우 간단했다. 그냥 콘텐츠 역량을 키워오면서 새로운 마케팅 채널이 등장할 때마다 유연하게 대응해 왔을 뿐이란다.

부연 설명을 들어본 후에야 이해가 됐다. 굿네이버스의 경미화 팀장은 비영리단체의 온라인 마케팅은 단체의 사업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콘텐츠가 전부라고 했다. 콘텐츠만 있으면, 어떤 마케팅 채널이 등장해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그 채널로 잠재 후원자들을 만날 수 있는지 판단을 내리는 것과, 그렇다고 판단될 경우 그 채널의 성격에 맞춰 콘텐츠를 가공해 전달하는 일이라 했다.

▲굿네이버스의 온라인 모금 마케팅을 담당하는 e-나눔팀 식구들. 왼쪽에서 네 번째가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경미화 팀장이다.

굿네이버스는 블로그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모바일웹과 앱도 그런 관점에서 수용을 했다. 각 채널에 잠재고객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않았다. 콘텐츠가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수용하는 속도도 빨랐다. 굿네이버스가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를 시작한 것은 2009년 7월에서 2010년 4월 사이로 보통 기업들보다 훨씬 앞선다. 현재 페이스북 팬 수가 13만명이나 된 것은 아마 그 덕이리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비영리단체 중에서는 가장 먼저 선을 보였다.

하지만 굿네이버스가 비영리단체다보니 새로운 마케팅 채널에 대응할 자원은 늘 부족했다. 그 때문에 굿네이버스는 기업들의 마케팅 채널과 광고 매체까지도 적극 활용했다. 새로운 소셜미디어 계정을 프로모션하기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면, 기업들에게 후원 차 홍보와 광고를 지원해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굿네이버스가 아주 작은 단체였던 2000년 무렵, 당시 대표적인 포털사이트였던 천리안과 라이코스로부터 제휴 제안을 받은 일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자신들의 회원들에게 굿네이버스의 콘텐츠를 이메일로 발송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굿네이버스의 전 직원이 1년 동안 매달려도 불가능했을 정도의 신규 회원들을 단번에 얻어낸 것이다. 굿네이버스는 그 때부터 기업 후원에 대한 관점을 바꾸었다. 돈 뿐만 아니라 기업이 가진 마케팅 자원까지도 기부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굿네이버스와 기업 간에 입장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굿네이버스의 소셜미디어 계정들이 자리를 잡고 뉴스레터 구독자만 170만명에 이르게 되자, 기업들이 먼저 굿네이버스의 마케팅 채널을 활용하려 들기 시작했다. 요즘은 굿네이버스의 소셜미디어로 후원 사실을 널리 입소문 낼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 후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8개나 되는 굿네이버스의 모바일 앱 대부분도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해 준 것들이다.

비결 둘. 잠재 후원자 발굴

굿네이버스가 아무리 많은 마케팅 채널과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해도, 요구하는 것이 단지 돈 기부에 불과하다면 그들 대부분은 머뭇거리다 돌아서버릴 것이다. 굿네이버스의 사업이 모두가 공감하는 ‘좋은 일’인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실제 후원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그 때문에 굿네이버스는 후원을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도 잠재 후원자로 남아 있게 만들 방안을 고민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 하지만, 소셜미디어로 맺어진 관계는 단편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고, 그 정보조차 순식간에 흘러가버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더욱 질 높은 관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굿네이버스는 뉴스레터 구독 관계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아무리 이메일이 퇴물 취급을 받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뉴스레터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은 드물다.

굿네이버스는 홈페이지 곳곳에 뉴스레터 구독 신청을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두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뉴스레터를 꾸준하게 소개하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이벤트도 벌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국 47개 지부에서는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도 서면으로 구독신청을 받는다.

그 결과 현재 굿네이버스의 뉴스레터 구독자는 170만명이 됐다. 그 중 후원 회원이 55만명이니, 이를 뺀 나머지 105만명이 굿네이버스의 가능성 높은 잠재 후원자로 남아있는 셈이다.

비결 셋. 마케팅 통합

굿네이버스의 마케팅 플랫폼은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과 방송도 있다. 온라인만 해도 홈페이지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미투데이모바일 홈페이지, 모바일 앱 등 수 많은 마케팅 채널과 도구들을 활용한다. 마케팅 채널 별 담당자도, 마케팅을 요구하는 사업 부서도 여럿이다.

그런 만큼 온라인 모금 마케팅이 자칫 산만하거나 혼란스러울 수 있어 굿네이버스는 마케팅 통합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굿네이버스는 새로운 사업이나 캠페인을 시작할 때마다 관련 사업팀과 마케팅 채널 관리자들을 모아 별도의 TF팀을 구성한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과 마케팅 메시지, 업무 일정 등을 조율한 후, 결정에 따라 실행에 옮겨 나간다.

굿워터 캠페인처럼 전방위적이고 체계적인 캠페인은 그러한 마케팅 통합의 결과다.

굿네이버스는 지난 3월 22일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에 맞춰 아프리카 식수 위생 사업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캠페인을 기획했다.

▲굿워터 캠페인 소개 동영상

먼저 e-나눔팀에서는 홈페이지에다 캠페인 페이지를 만들었다. 행사팀은 광화문 광장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이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 3시간을 걸어가야 하는 상황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행사를 기획했다. 아프리카에서 식수 위생 사업을 하고 있는 활동가는 행사를 위해 현지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물통을 공수해 주었다. 언론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소셜미디어 담당자들은 각자가 담당하는 소셜미디어 채널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자원봉사 관리팀에서는 입소문을 기부하는 자원봉사 그룹인 ‘좋은 이웃 블로거’와 ‘메신저’에게 그들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캠페인 정보를 공유해달라 요청했다.

행사 당일에는 제휴 포털사이트를 통해 캠페인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체험 행사 현장은 블로그와 소셜미디어로 생중계했다.

비결 넷. 콘텐츠 다각화

굿네이버스는 마케팅 통합을 한다고 해서 여러 마케팅 채널로 동일한 콘텐츠를 전하진 않는다. 굿네이버스는 새로운 캠페인이 시작될 때마다 각 마케팅 채널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살려 콘텐츠 다각화를 시도한다.

물론, 후원자 전환율이 높은 홈페이지를 통합 랜딩 페이지로 하여, 다른 마케팅 채널로 배포하는 메시지마다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담는다.

이음캠페인을 예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음캠페인은 기존 후원자나 홈페이지 회원이 굿네이버스 후원 프로그램을 자신의 지인들에게 추천해 주는 캠페인이다.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이음캠페인 노래 ‘이음송’

굿네이버스는 먼저 홈페이지에다 캠페인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만들고 e메일과 SMS로 추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구현했다. 블로그로는 이음 캠페인을 통해 신규 회원이 된 사람을 인터뷰한 글을 게재했다. 페이스북으로는 경험상 반응이 좋은 것으로 판명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캠페인 관련 정보들을 꾸준하게 소개했다. 페이스북에 고유한 친구 태그 기능도 활용해, 팬들이 자신의 친구 담벼락에도 캠페인 소식을 공유하게끔 유도했다.

모바일 홈페이지에서는 캠페인페이지가 모바일 기기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수정하고, 스마트폰 사용자들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 주목해 소셜미디어로도 추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했다. 이 캠페인과 별개지만, 굿네이버스의 모바일 홈페이지는 위치인식 기능을 활용해 후원자와 결연 아동의 거리를 보여주는 기능도 구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로는 캠페인 성과를 정리해 알려줬다.

요즘 들어서는 콘텐츠 재창조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앞서의 이음 캠페인 사례자 인터뷰는 동영상으로도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얼마 전에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글로 소개해 온 아프리카 아동의 교육 실태를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공유하기도 했다.

결론. 정석은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여기까지가 굿네이버스의 온라인마케팅 활동의 요약이다. 더 짧게 줄이자면, 굿네이버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최대한 많은 채널을 통해 노출하며, 그런 활동을 통해 후원자 뿐만 아니라 잠재 후원자까지도 발굴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콘텐츠를 각 마케팅 채널의 성격을 고려해 최적화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다른 마케팅 활동과 통합하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굿네이버스가 비록 비영리단체지만, 마케팅 정석을 구현하는 모습은 웬만한 영리기업 이상이라 평가할 만했다.

돈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광고 홍보 채널과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의 입소문까지도 적극적으로 기부 받으려는 모습은 다른 비영리단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서두에서 밝힌 비결이 여전히 뻔하다 느껴지는가. 설령 그렇다 해도 굿네이버스가 그 비결을 오랜 기간 실행해 왔고, 그 덕분에 현재에 이르게 됐다는 사실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마케팅 정석은 아는 것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실행은 어렵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굿네이버스는 그 진리를 보여준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다른 비영리단체에게 조언하고 싶은 바를 청해 보았다. 경미화 팀장은 다시 한 번 콘텐츠 중요성을 강조했다. “콘텐츠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그 역량은 잠재후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를 알아낼 수 있는 능력,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포장하고 가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굿네이버스는 여러 가지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배포해 본 후에야 사람들이 어떤 소재를 좋아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굿네이버스 일꾼들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번 팟캐스트에서는 이 글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비영리단체들에게 유용한 팁들을 더 들어볼 수 있다. 우선은 맛 보기로 하나만 소개한다.

팁 하나. 요청하라.

굿네이버스에서 가장 성공한 페이스북 캠페인은 ‘소셜 100원의 기적’이다. 캠페인을 소개하는 업데이트에 ‘좋아요’가 2만5천여개나 달렸는데, 비결은 간단했다. 팬들에게 직접적으로 ‘좋아요’를 요청한 것이다.

▲’소셜 100원의 기적’ 캠페인 소개 동영상

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에 입소문 도움을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알아서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알아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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