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방넷과 쇼핑몰 마케팅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이 하소연했다. 쇼핑몰의 인지도와 매출은 상당한 편인데 좀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광고비는 계속 오르기만 하고, 상품 가격은 반대로 계속 내려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답답하다 했다.

그 동안 포털 사이트 검색 키워드 광고 위주로 마케팅을 해 왔다고 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어느 정도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광고를 한 번 누를 때마다 나가는 비용이 상품을 하나 팔았을 때 남는 수익에 이를 정도로 비싸졌다 했다. 광고를 계속해야 할 지 고민이지만, 광고를 중단하는 순간 쇼핑몰 방문자 수가 급감할 것이 두려워 주저하게 된단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에 ‘지식쇼핑’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하면서 가격 경쟁도 더 심화됐다고 이 지인은 말했다. 네이버가 제휴 쇼핑몰과 제휴 오픈마켓을 통틀어 검색어와 관련된 최저가 상품들을 검색 결과에 보여주면서 가격 경쟁의 경계가 개별 오픈마켓에서 대한민국의 모든 쇼핑몰과 오픈마켓으로 확장됐기 때문이란다. 다들 지식 쇼핑 카테고리의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을 바라다보니 이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헐값에 상품을 내놓는 일이 흔해졌을 정도라 했다.

지인 같은 쇼핑몰 사업자 분들이 좀 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실제 쇼핑몰 운영자에게 그 답을 구해보고자 했다. 수소문 한 끝에 찾아간 분이 화방넷의 김견남 대표. 화방넷은 하루 방문자 수만 해도 3~5천명, 회원수는 13만명에 이르는 제법 탄탄한 규모의 미술재료 전문 쇼핑몰이었다.

▲김견남 화방넷 대표

소셜미디어 시대,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경험

김견남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10여년을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화방넷을 창업했다. 인터넷 사업치곤 40대라는 늦깎이 나이에 시작한 것인데, 그런데도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술 비즈니스와 관련된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쌓은 덕분이었다.

마케팅은 고객 욕구의 파악에서 출발한다고 했던가. 특히 미술학원을 운영한 경험은 미술을 배우는 학생, 가르치는 선생님, 미술학원 원장 등 지금 쇼핑몰의 주요 고객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그의 경험과 연륜은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콘텐츠가 전부고, 좋은 콘텐츠는 경험과 전문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화방넷 직원들이 e-비즈니스나 마케팅 전공자가 아닌 미술 전공자 위주로 꾸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쉬운 쇼핑몰 이름이 광고비를 줄인다

누군가 키워드 광고를 클릭해 쇼핑몰을 방문했다 치자. 그런데 쇼핑몰 이름이 어렵다. 다시 방문하려는 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당연히 그는 검색과 광고 클릭을 반복할 것이고 그 만큼 광고비가 더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쇼핑몰 이름은 광고비에 영향을 미친다. 이름이 어려울수록 불필요한 광고비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쇼핑몰 이름은 한 번만 들어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워야 한다. 요령은 간단하다. 쇼핑몰이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단어를 이름에 포함하면 된다. 쇼핑몰 이름이 소비자들이 쇼핑몰을 방문한 의도와 관련성이 높을수록 더욱 쉽게 각인된다.

김대표는 화방넷이 그런 의미에서 좋은 이름이라 했다. 화방넷은 그 이름만으로 어떤 쇼핑몰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례로 화방넷 간판을 본 초등학생이 단번에 인터넷 화방임을 알아챘을 정도라고 했다.

화방넷처럼 상품이나 업종을 대표하는 단어를 이름에 포함되면 추가적인 쇼핑몰 방문도 기대할 수 있다. 미술 재료를 사려는 사람들은 화방이라는 단어로도 검색을 할 것이고, 그 때마다 ‘화방’넷과 관련된 뉴스, 블로그포스트, 카페글 등도 함께 발견해 화방넷을 찾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이 아닌 솔루션을 판매하라

같은 미술재료라도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취미 활동을 위해, 누군가는 학업이나 입시 준비를 위해, 누군가는 전공이나 작품 활동을 위해 미술재료를 구매한다.

화방넷은 이러한 개별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단지 상품 목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욕구 충족에 필요한 미술 재료들을 패키지로 구성해주고, 그것들로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도 알려준다.

화방넷에는 ‘실기준비실’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직업별, 목적별, 장르별로 필요한 미술 재료들을 찾아준다. 예를 들어 중학생 수채화 실기 준비물을 마련해야 하는 학부모라면 ‘실기준비실→중학생→수채화’ 순으로 범위를 좁혀가면 된다.

▲ 화방넷 실기준비실

미술 재료만 구비했다고 욕구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구매자들의 진짜 욕구는 미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화방넷은 기초 소묘, 수채화, 유화, 아크릴화 제작 등 작품 활동에 필요한 기본 정석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필요한 경우 교재도 만들어 함께 판매한다.

솔루션 판매로 시장을 확대하라

학원을 다니면서 미술을 배우려면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꼭 미술을 공부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모를까, 취미로 미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에겐 이러한 부분이 장애가 될 수 있다.

김대표는 화방넷이 이러한 장애요소를 줄였다고 했다. 미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화방넷의 가이드에 따라 미술 재료와 교재를 구입하고 화방넷이 제공하는 동영상을 참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다.

미술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미술 인구가 늘어나고, 미술 재료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느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다 상품을 미술에 대한 종합 솔루션으로 접근한 덕분이다.

새로운 마케팅 채널,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라

쇼핑몰은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 키워드 광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광고주 업종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광고비가 비싸다.

하지만, 10년 전은 달랐다. 화방넷은 2003년 쇼핑몰을 열자마자 검색 키워드 광고를 시작했다. 당시 광고비는 클릭당 100원 안팎으로, 적게는 현재 광고비의 수십분의 일에 불과했다.

경쟁사들은 키워드 광고를 하는 화방넷을 이상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 덕에 화방넷은 적은 광고비만으로도 쉽게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나중에서야 경쟁사들도 키워드 광고를 시작했지만, 그 때는 이미 광고 경쟁으로 인해 광고비가 크게 오른 후였다.

화방넷은 2004년부터는 동영상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술 교육 동영상은 물론, 상품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을 제작해 홈페이지,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으로 공유해 나갔다.  지금은 동영상 마케팅이 일반적이지만 당시는 모든 업종을 통틀어서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다고 한다.

그 덕분일까. 화방넷은 언론에서 동영상 마케팅 성공 사례를 소개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수 있었다. 1위는 늘 바뀌지만 최초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화방넷 페이스북 페이지 팬 수는 1만7천명 정도다. 그 또한 화방넷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빨리 시작한 것이 주효했으리라.

직원들을 마케팅 전문가로 양성하라

화방넷은 카페, 블로그, 지식iN, 페이스북 등 가능한 한 모든 온라인 마케팅 채널에 화방넷과 관련된 콘텐츠를 노출시키고 있다. 하지만 노출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쟁사보다 더 잘 눈에 띄어야 하고 콘텐츠 질도 좋아야 한다.

다행히 화방넷은 직원 대부분이 콘텐츠 제작 전문가다. 디자인팀 직원들이 온라인 마케팅도 담당하는데, 구성원들 모두가 미술을 전공했다. 이들은 창조인 사고를 훈련받은데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

물론, 온라인 마케팅은 작품 활동이 아니다.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케팅에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도구 활용법을 따로 익혀야 한다.

화방넷은 그런 차원에서 마케팅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 과거에는 조회시간마다 김대표가 직접 직원들을 교육했지만, 요즘은 유튜브에서 찾은 교육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김대표가 동영상 링크를 사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하면 직원들은 학습 결과를 댓글로 보고한다.

현재 화방넷 콘텐츠는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 상위에 잘 노출되고 있는데, 이는 직원들 스스로 학습하고 업무에 적용한 결과다.

화방넷 콘텐츠는 질도 좋은 편이다. 직원들이 미술을 전공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김대표는 그 보다 동기부여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 했다. 아무리 직원들의 재능이 출중해도 일을 일로만 받아들인다면 결과물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방넷 직원들은 마케팅 업무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도 언젠가는 독립할 터. 김대표는 항상 지금 업무가 그 때를 위한 준비라고 강조한다 했다.

사실, 가장 ROI가 좋은 마케팅 채널은 직원이다. 전문성만 조금 더 길러주고 동기부여만 해줘도 마케팅 성과는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구매 전환율을 높여라

쇼핑몰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쇼핑몰로 많은 사람들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 못지 않게 방문자들을 구매자로 전환시키는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광고에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데 이들이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나가버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방넷은 그런 이유로 다음과 같은 부분들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먼저, 사이트 내비게이션. 화방넷은 필요한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이트 내비게이션을 설계해 놓았다. 앞서 말한 실기실 카테고리가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각 상품 카테고리에는 일련번호를 매겨뒀는데, 이 또한 보다 쉽게 사이트 이동 경로를 안내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화방넷에 아크릴 제품을 문의하면 ‘7번 카테고리로 들어가세요’라는 안내를 받게 된다.

▲ 화방넷 홈페이지. 왼쪽 상품목록에는 일련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다음으로, 상담의 연속성. 전화 상담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상담을 하거나 전화를 돌려가며 최초 상담원을 찾아야 한다. 불편한 만큼, 구매 전환율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화방넷은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전화가 오면 ‘안내 1번 화방넷입니다’라는 식으로 상담원 번호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세분화된 랜딩페이지. 아무리 화방넷이 사이트 내이게이션을 잘 구현해놓았다 해도 상품 가짓수가 많으면 필요한 상품을 찾아가는 과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쇼핑몰에서 상품을 검색을 할 수도 있지만, 그 기능을 이용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화방넷은 큰 카테고리별로 쇼핑몰을 세분화시켰다. 아예 제도몰붓도매닷컴이젤몰 등 총 7개의 쇼핑몰을 따로 만들었다. 화방넷은 광고 키워드에 따라 각 세분화된 쇼핑몰을 랜딩페이지로 연결시키는데, 전문성이 돋보이고 상품 탐색의 범위가 좁아진 만큼 구매전환율이 좋아졌다고 한다.

기존 고객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준다

김대표는 신규 고객 보다 기존 고객들이 벌어주는 매출이 훨씬 크다고 했다. 그런만큼 기존 고객을 지켜내는 것이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차원에서 화방넷은 구매액에 따라 고객 등급을 구분하고,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한다. 생일에는 할인 쿠폰을 선물하고, 수시로 이벤트를 열어 미술 재료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화방넷은 13만명 회원들에게 뉴스레터를 발송하는데, 여기에 광고를 해주는 조건으로 미술 재료공급 업체들로부터 이벤트 경품을 협찬받는다고 했다. 광고는 블로그, 페이스북, 카페, 화방넷 홈페이지에서 동시에 노출하기 때문에 경품 협찬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많다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 바로 바깥에 주차장을 마련한 것도 고객관리 차원이라 했다. 화방넷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주차한 채로 주문한 상품을 받아갈 수 있다. 사실 온라인 쇼핑몰이 있는데도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것은 배송을 기다리기 어려울 만큼 미술재료가 급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화방들은 주차장 시설이 부족하다. 도심에 있는 화방은 주차하고 매장을 방문하는 데에만 수십 분이 걸리기도 한다.

광고와 가격의 무한 경쟁,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김견남 대표는 인터뷰 도중 이번 대선 후보들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놓았다. 권장 판매가를 시행해 최소 판매 가격만 지키게 해도 오픈마켓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어떤 후보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가격을 지키는 것은 쇼핑몰 사업자 뿐만 아니라 제조업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했다. 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오픈마켓에서 할인 경쟁이 생겨 마진율이 사라지게 되면, 판매자가 줄어 그 상품들이 재고로 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 했다.

필자 또한 시스템적인 부조리를 느꼈다.

포털 사이트와 오픈마켓은 돈을 벌어주겠다며 쇼핑몰 사업자들을 유혹하지만, 그 유혹의 결과는 무한 경쟁의 덫이다. 덫에 걸린 쇼핑몰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앞다퉈 광고비를 올리고, 상품 가격을 낮춰야만 한다. 포털 사이트와 오픈마켓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겠지만, 쇼핑몰 사업자의 수익 기반은 더욱 취약해지게 된다.

상황이 그런데도 정부는 일자리를 늘린다며 쇼핑몰 창업을 권한다. 오픈마켓도 ’10억 쇼핑몰녀’와 같은 대박 신화를 앞세워 창업을 부추긴다. 그런 방송이 나가면 다음날 세무서에 쇼핑몰 사업자등록을 하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더 많은 쇼핑몰 사업자들이 생겨나고, 이들이 무한 경쟁에 가세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진다. 뭔가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광고비든, 가격이든.

물론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래도 경쟁으로 인해 생겨나는 어부지리가 더 큰 상황만큼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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