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종상가 ‘홍반장’ 박길종

박길종씨는 1인 인력사무소 대표다.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의 주인공 같다. 주특기는 목공이지만 이삿짐 배달, 가정집 인테리어 보수, 간단한 가전제품 수리도 한다. 심지어 외로운 여성분을 위한 애인 대행도 한다. 그가 가장 최근에 의뢰 받은 일은 산타 역할이었다.

그는 가구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는 전시회에 초대되고 언론에서 주목할 정도로 뛰어난 목공실력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끝이 없다. 길종상가라는 공동브랜드와 공동 사업장을 관리하고, 조명 제품을 제작하고, 을 내고, 직업 교육을 하고, 공연기획도 한다.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다. 한우물만 파도 모자랄 판에, 오지랖이 넓어도 너무 넓다. 이번 소셜잇수다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박길종씨

박길종, 뭐 하는 사람인가

[박길종] 다른 사람들, 특히 언론에서는 가구디자이너 등으로 부른다. 어딜 가든 길종상가 관리인이라 소개하지만, 일반적인 직업 분류 체계를 벗어나서인지 편의상 그리 부르는 것 같다. 아무튼 난 길종상가 관리인 박길종이다. 길종상가를 관리하고 상가 안에서 목공소, 인력사무소, 조명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일들을 하는가

[박길종] 의뢰가 들어오는 일은 능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뭐든 다 한다. 가구와 조명도 주문제작만 한다. 겨울철 문풍지 바르기, 이사짐 배달, 집 구하기 등 사소한 일부터 힘든 일까지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한 해 동안 한 일은 책으로 엮어 출판도 한다.

한 우물을 파지 않는 이유

[박길종] 경험이 다양할수록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 아닐까. 대학 때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지금 주특기는 가구디자인이다. 목공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 덕분이다. 얼마 전에는 빌딩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일을 했다. 이 또한 언젠가 반드시 쓸 데가 있을 것이라 본다.

돌이켜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은 별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사무실을 구하고, 전등을 달고, 고장난 세면대를 고쳐본 경험은 다르다. 그런 것들이 다 새로운 직업이나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일상 생활을 하고 사업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난 좋은 공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목공일을 시작하면 며칠 내내 먼지구덩이에서만 지내야만 한다. 그런 나에게 인력사무소 일은 그 자체로 기분전환거리다.

그래서 먹고 살만한지

인력사무소는 돈을 벌 의도로 시작하지 않았다. 설령 그랬다 해도 돈벌이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풍지 발라주고 돈을 받아봤자 얼마나 받겠나. 인력사무소에서는 재료비와 교통비 정도만 받는다. 인건비는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나 성의껏 주는 선물로 족하다.

돈은 목공소, 조명 일로 벌지만 그렇다고 큰 돈을 벌지도 않는다. 월세 내고 밥 먹고 지낼 만큼만 번다.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돈과 행복에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르다. 난 현재에 만족한다.

길종상가…?

[박길종] 처음엔 온라인으로 만들어 혼자서 운영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박길종’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나열한 정도였다. 그러다 올 초 만물상 김윤하 사장, 직물점 류혜욱 사장이 합류하면서 이태원에 실제 상가도 열었다.

실제 상가라 해 봤자 작은 가게만한 공간을 나눠 쓰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입주 상점들은 여타의 상가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으로 사업을 꾸려간다.

물론,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길종상가는 뜨게질, 우드락 공예, 그림 그리기 등 각 사장들의 기술과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길종 직업학교’와 음식과 대화가 있는 참여형 공연 프로그램인 ‘듣거나 말하거나 마시거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앞으로는 잡지 발행도 생각 중이다.

(길종상가 상점들이 공유하는 것은 물리적 공간만이 아니다. 이들은 길종상가라는 브랜드도 공유한다. 그런 점에서 길종상가는 상가 공동체라기 보다는 공동브랜드 공동체에 가깝다 볼 수 있다.)

인터뷰를 위해 신사동으로 부른 까닭

[박길종] 길종상가는 이동상가를 지향한다.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녀야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한 달 동안은 홍대 에이랜드에서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했고, 지금은 인터뷰 장소인 신사동 코발트팩토리에 머무는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옮겨다닐 생각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꾸준히 찾아온다. SNS 덕분이다. SNS는 지역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해 주고, 그들에게 우리의 현재 위치와 상품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해 준다. 길종상가의 홍보채널은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전부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마치며

여기까지가 박길종씨 인터뷰의 요약이다. 어쩌면 그냥 오지랖 넓은 괴짜 가구디자이너 이야기 정도로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 박길종씨에겐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단서가 담겨 있다.

과거 생산자들은 유통채널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상품을 판매했지만, 이제는 관계 맺은 고객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일체를 책임져 주는 형태로 달라지고 있다. 이미 농부들은 일부 소비자들만을 위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사철 먹을거리 전부를 공급해 주기 위해 소량이지만 다품종으로 농작물을 재배한다. 요즘 유행처럼 자주 언급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도 같은 맥락이다.

용역 서비스, 문화 콘텐츠 비즈니스 등 다른 사업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객들의 일상 생활, 사업, 재미 일체를 돌봐주고 도와주는 그런 꾸러미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박길종씨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철저히 SNS 기반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그들에게 온갖 만물과 용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문화상품까지도 판매한다.

길종상가의 이동식 휴게 공간. (이미지 출처:http://bellroad.1px.kr/)


관계가 가장 중요한 사업 자산인 만큼, 그는 관계를 얻기 위한 프리마케팅도 적절히 활용한다. 인력 사무소는 사실상 무료로 운영되지만, 그것은 새로운 관계를 발굴하는 채널이 된다. 인력사무소 운영 경험도 새로운 용역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하다고 그것이 다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SNS는 인맥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무미건조하게 상품 목록만 나열해서는 외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박길종씨에게는 상품 하나 하나를 재밌는 콘텐츠로 바꾸는 재능이 있다. 이 부분은 여러분 각자가 그의 활동을 보고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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