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마케터 고영문

광고쟁이, 마케팅 귀농을 하다

고영문씨는 도시에서 17년 동안 옥외광고 일을 하다 2009년 구례로 귀농했다. 당시는 새로운 광고 매체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옥외광고 시장에 위기감이 고조되던 때였다. 고영문씨 역시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고, 때마침 맡게 된 농촌진흥청 귀농학교 광고 일을 계기로 귀농에까지 이르게 됐다.

초보 농부로 새출발한다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농촌에서 농사만 지으라는 법은 없었다.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경험을 살려 마케팅 귀농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농촌에 농부 말고도 그들의 농산물을 마케팅해 줄 사람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는 5천평 땅을 경작하는 농부도 됐다.

기업 판촉물 시장에 걸어본 기대, 하지만

고영문씨는 귀농한 마을의 농산물을 판촉물 시장에 내다 팔 계획을 세웠다. 지리산 특산물로 선물세트를 만들면 광고주 기업들이 사 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귀농을 하니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야 했다. 약초로 만든 기능성 가공식품 선물세트를 만들 계획이었는데, 가공식품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밟아야 했다. 농사일을 하면서 도시로 영업 다니는 것도 생각만큼 쉬울 것 같지 않았다. 결국 계획은 보류됐다.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고영문씨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을 직감하다

그러던 중 블로그와 소셜미디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단번에 농업 마케팅과 안성맞춤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규격화된 공산품은 규격과 기능만 잘 설명하면 되지만, 세상에 같은 것 하나 없는 농산물은 그 이상의 것들을 설명해줘야만 했다. 농산물은 생산 과정과 가공 과정을 전달해야만 가치와 제 값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럴 수 있는 방법도, 그렇게 하는 농업인들도 흔치 않았다.

그는 소셜미디어만 잘 활용해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잘 하면 직거래도 가능할 것 같았다.

소셜미디어의 시작, 그리고 뜻밖의 결과

고영문씨는 자신의 유기농 농사 과정을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해 나갔다. 하지만 직거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먼저 성과가 나온 것은 뜻밖의 판매 채널이었다. 처음 귀농할 때 염두에 뒀지만 사정상 미뤄야만 했던 B2B 거래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평소 그의 페이스북 활동을 지켜본 생협 구매 담당자들이 그에게 납품 의사를 물어왔다. 거래처 선정에 까다로운 곳들이었지만, 그의 페이스북 기록들이 좋은 인상을 심어준 덕분이었다.

그 때부터 B2B 거래가 계속 늘어났다. 올해는 그 양이 직거래 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될 정도다.

소셜미디어 전도사로 변신하다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그는 다른 농업인들에게도 소셜미디어를 소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 하는 게 당장은 경쟁자를 키워낸 꼴이 된다 해도 궁극적으로는 유기농 농업인 모두에게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생산하는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은 인색하다. 그냥 비싸고 못생겼다고 생각한다. 유기농이라 해도 잘 믿지도 않는다. 게다가 수입농산물들로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유기농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과 신뢰 기반은 더욱 취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소셜미디어에 큰 기대를 걸었다. ‘소셜미디어라면 유기농 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고,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리라.’

그는 혼자 보다 여럿이 그 일을 한다면 유기농 시장을 그만큼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도 그가 농촌 소셜미디어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이유다.

농업인들을 위한 마케팅 공부 모임 ‘소셜골방’을 만들다

그는 2009년 하반기에 구례, 하동지역의 농업인 몇몇과 함께 마케팅 공부 모임 ‘소셜골방’을 만들었다. 모임 장소를 지원해주던 면사무소 직원이 전근을 가면서 이집 저집, 커피숍 등을 전전해야 했지만 되도록 매주 모임을 가지려 노력했다.

주로 소셜미디어 위주로 공부했지만 상품 개발, 브랜딩, 디자인, 마케팅, 유통 등 농업 마케팅에 필요한 것들은 다 다뤄왔다. 영농법인 설립과 상표 출원 같은 법무와 특허 관련 내용도 빠뜨리지 않았다.

가르치려면 먼저 알아야 할 터. 그는 한국 벤처농업대학, 순천대 농업인 최고 경영자과정 등 여기저기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하지만 그곳에서 배운 이론들은 현장에 적용하기엔 약간의 거리감이 있었기에 결국 직접 부딪치며 공부해 나갔다고 한다.

그는 상표 등록도 직접 해보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특허청에 전화로 물어가며 요령을 익혔다. 영농법인 설립 방법과 현재 추진 중인 협동조합 설립 방법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떤 책에서 본 백성의 의미를 설명했다. 백 가지 기술이 있는 사람이 백성, 곧 농민이라 했다. 지금의 농민은 경영, 생산, 유통, 마케팅 전반에 걸쳐 필요한 기술을 다 갖춰야 한다 했다. 농업인이 된다는 게 그 만큼 어렵다는 말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에서 그런 것들을 포괄적으로 교육해 주거나 컨설팅을 해줘야 하는데, 그리하지 않는 것을 그는 안타까워했다. 

스터디 모임을 협동조합으로

그는 소셜골방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한 서류 작업 중이었다. 모임 멤버들의 농산물을 꾸러미 상품으로 만들어 ‘소셜골방’이라는 협동조합 브랜드로 판매할 계획이라 했다. 소비자들도 조합원으로 가입시킬 생각이었는데, 우선은 그들을 상대로 판매를 시작한 후에 B2B 거래처 발굴에도 나설 것이라 했다.

그는 그 동안 협동조합에 참여할 조합원들의 마케팅 역량을 키워왔다. 그런 그들이 협동조합으로 뭉친다고 한다. 협동조합 소셜골방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그는 협동조합을 철저히 소셜미디어 기반으로 운영할 생각이란다. 생각해 보면 협동조합과 소셜미디어가 결합되면 마케팅의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간의 신뢰와 유대감이 생명이다. 소셜미디어는 생산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들 사이에 그런 것들을 쌓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가 아닐까. 

농업 마케팅, 타깃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그는 농업 마케팅은 타깃 소비자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타깃 시장을 굵직하게 구분하면 도매시장, 직거래시장, 판촉물 시장, 식자재 시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타깃 시장에 따라 브랜드와 상품 디자인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때로는 고급스러운 것이, 때로는 촌스럽고 투박한 것이 통한다. 포장 단위과 규격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소셜골방 협동조합은 500ml들이 고로쇠 음료를 출시할 계획인데, 이는 휴대성이 중시하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모션 방식이나 소셜미디어를 결정할 때도 타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농산물 마케팅에 트위터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부들이 애용하는 카카오스토리는 다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절대 다수가 사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 아직은 사용자 수가 많지 않은 구글플러스나 핀터레스트 같은 것은 여유가 있을 때에만 고려해야 한다.

다만, 소셜미디어는 한 가지만 선택하는 것은 피하라고 했다. 농사일을 하며 여러가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타깃 고객들이 몰려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소셜 아이덴터티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광고학에서 미디어 믹스는 필수라 한다. 그의 말처럼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블로그는 필수,  농업인이라면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그는 가장 기본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소셜미디어 채널로 블로그를 꼽았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하려면 샘물처럼 여기저기 콘텐츠를 퍼나를 수 있는 창고가 필요한데, 여기에 블로그만한 게 없기 때문이란다.

그는 그 다음으로 페이스북을, 그 다음으로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활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가 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공간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도구란 사용하기에 따라 효용이 달라질 것이라 했다.

그는 고객들 주소록을 스마트폰에 등록한다 했다. 고객들을 자연스럽게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친구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그리고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농업과 관련된 소재들로 이야기를 나눈다 했다. 그러다 보면 진짜 친구들도 친구 고영문이 아닌 농업인 고영문에 대한 신뢰가 생겨 고객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모바일 사용자도 고려해야

포털사이트에서 그의 브랜드 ‘지리산 자연밥상’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에 모바일 앱이 나온다. 그는 무료로 공개된 도구로 직접 앱 형태의 모바일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포털사이트에 요청해 사이트 등록까지 했다. 국내 포털사이트는 소셜미디어 계정이든, 모바일 앱, 모바일 웹이든 요청을 해야만 사이트 검색 결과에 반영된다.

그가 그리 한 것은 모바일로 지리산 자연밥상을 검색하는 사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그의홈페이지는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지 않아 모바일 환경에서 접속하면 불편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모바일을 경유한 방문자들은 불편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직거래 가능성을 발견하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가진 직거래의 가능성을 확인한 경험을 들려줬다. 지난해 태풍 볼라벤으로 구례 지역에 낙과 피해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한 지인도 피해를 입었는데, 과수원에 가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낙과의 당도가 나쁘지 않았다.

그는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현장 사진을 찍어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으로 사연을 담아 올렸다. 순식간에 공유가 되는 분위기였다.

처음 사진을 올린 시각은 저녁 9시 반, 다음날에 일어나보니 50박스가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금방 15kg 상자 220박스가 팔려나갔다. 지인의 낙과 전량을 판매한 것이다.

소셜미디어 직거래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도 많은 친구들이 주문을 했다.

농가도 도울 겸 카카오스트로리를 테스트 해 본 것인데, 됐다. 그는 확신을 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스토리텔링

그의 말대로 소셜미디어로 상품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낙과 배처럼, 그는 자신의 농산물을 팔아치우진 못했다. 이유가 뭘까. 낙과배는 사람들이 그것을 사야 하는 이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있었다.

소셜미디어로 잘 익은 과일을 팔기는 어렵지만, 태풍으로 인한 낙과는 잘 팔려나간다. 모순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모순이 생겨나는 것은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이다. 그 기재는 앞으로 더 연구가 필요하다.

농업 마케팅, 농업인만의 몫이 아니다

이젠 유권자의 소셜미디어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지역에서 유력한 ‘소셜 유지’다. 그는 자주 군청이나 농림수산식품부 등 농업 관련 관공서를 방문하는데, 그 때마다 커피 대접을 받는다. 하고 많은 우리 농산물로 만든 마실거리를 놔 두고 커피라니. 구례만 하더라도 특산물인 산수유차를 내놓아야 할 것 아닌가. 단지 지역 특산물 홍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농업 마케팅은 그런 마음 가짐에서 시작된다고 그는 말했다. 농업인들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그런 마음을 가져야 농촌이 살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유기농 농산물에는 인색하면서 밥 한 공기 가격의 몇 배나 되는 커피에는 후하다. 좋은 먹을거리는 수요가 있어야 만들어진다. 농업 마케팅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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