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농가 농특산물 포장 디자인

그 동안 99% 기업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마케팅 지침서를 찾아왔다. 책 내용이 궁금해서라기 보단 저자의 문제의식과 그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마케팅 방법론이 어떤 기준에 근거한 것인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적정마케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적정한 수준의 노력과 비용만을 요구하는 마케팅이다. 적정기술이 값싼 생산도구를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생산량을 늘려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적정마케팅은 값싸고 쉬운 마케팅 기술을 보급함으로써 판매를 촉진시켜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던 차, 페이스북 친구가 소개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민박농가 농특산물 포장 디자인 가이드’.

(쉽게 따라할 수 있는)민박농가 농특산물 포장디자인 가이드

비록 민박농가와 포장디자인이 99% 기업과 마케팅 활동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저자의 시각과 접근 방식은 다른 99% 기업과 마케팅 활동에 적용해 보면 될 일이었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저자를 수소문했고, 채혜성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주관적인 문제의식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하다

이 책은 채박사가 소속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연구 결과물이다. 채박사는 민박농가 농특산물 판매촉진과 관련한 연구사업을 배정받고, 아직은 현장데이터가 부족한 분야인 만큼 우리 민박농가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연구 방향도 현장에서 정하기로 했다.

채박사는 6개월 동안 전국 50개 민박 농가와 마을을 방문했다. 그리고 현장의 농특산품 판매 실태를 조사하고 민박 농가주들의 생각을 들었다.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홍보와 유통이 필요하지만, 확인해 본 결과 민박 농가 농특산물은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알아서 사주는 제 발로 찾아온 관광객들이 있었다. 이러한 민박 농가는 객당 판매량을 늘리길 바라고 있었다. 그들은 포장 디자인을 개선한다면 가능할 거라 믿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의 배경에는 포장 디자인이 조악할 수 밖에 없는 농촌의 현실이 깔려 있었다. 사실 민박 농가 농특산물은 가족 먹을거리용 뿐만 아니라, 여행 기념용이나 선물용으로 팔린다. 그런 만큼 여행객들은 소포장을 선호하는데,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포장재는 농협 납품용으로 쓰이는 대용량 박스나 망 같은 것들에 불과했다. 장류 같은 가공식품은 비닐 봉지나 가정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밀폐용 용기에 담아주고 있었다. 투박한 포장재를 사용한다 해도 민박농가나 관광지의 개성을 보여주면 될 것을 대부분의 민박 농가 포장재에는 어떠한 향토색이나 브랜드 스토리도 표현되고 있지 않았다. 디자인 전문업체를 이용할 수 있다지만, 한 번에 많은 양을 인쇄해야 하는 만큼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대안은 민박 농가들이 직접 포장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채박사는 발로 뛰며 확인한 현장의 문제와 대안을 바탕으로 연구주제를 확정했다. ‘민박농가 포장 디자인 가이드를 만들자.’

민박 농가의 디자인 역량을 반영하다

채박사는 포장 디자인 가이드의 눈높이를 정하기 위해 먼저 민박 농가들의 디자인 역량에 대해 알아 보았다. 이들 대부분은 프린터를 다룰 수 있었지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편집 툴은 한글 프로그램 정도였다. 그것도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터넷으로 자료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0% 정도였다는 점이다.

채박사는 포장 디자인 가이드의 초기 방향을 잡았다. 포장재 도면을 만들어 인터넷에 게재하고, 농가주들이 그것을 다운로드한 후 프린터로 출력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디자인 가이드 제작에 민박 농가를 참여시키다

포장재 시안이 있어야 도면이 나온다. 채박사는 재능기부를 신청한 18명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한 마을에서 1박2일 워크샵을 열었다. 총 6개 조로 나누어 농특산물 생산현장을 방문하고, 각 조에는 민박 농가주들을 참여시켰다. 각 조별로 각자의 농특산물을 위한 포장재를 만들게 했다.

디자이너들의 시안엔 농가주들의 요구사항들이 반영됐다. 관광객이 부담 없이 사갈 수 있는 소포장 단위여야 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상품을 보호하고, 운반하기 편리함은 물론 농가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어야 한다. 신문지, 보자기, 짚풀, 빈병, 지퍼팩 등 농가에서 쉽게 조달 가능한 재료들을 사용해야 한다.

채박사는 워크숍으로 나온 결과물들로 책을 엮기로 했다. 채박사는 인터넷에 올리는 것 보다 아예 종이책 형태로 제작해 다양한 사례와 함께 포장디자인 방법을 보급하는 게 농촌 상황에 적합하다 판단했다.

책의 편집 방향은 ‘최대한 쉽게’

채박사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민박농가 농특산물 포장디자인 가이드’를 펴 내면서 난이도 조절에 주의를 기울였다. 워크샵 결과로 나온 시안들은 최대한 만들기 쉽게 변형했다. 그리고 그 도면을 책에 실어 종이에 옮겨 그린 후 오려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민박 농가를 홍보할 라벨과 태그를 외부에서 구입하는 경우 재료 구입처와 구입요령을 안내하고, 그것들에 홍보 문안을 넣을 수 있는 방법까지도 소개했다.

채박사는 온라인에서 재료를 찾기 어렵다는 농가주들의 하소연을 반영해 재료 검색 요령까지도 책에 담았다. 농가주들은 보통 ‘포장’으로 검색을 하는데, 그래선 대량으로 구매해야만 하는 업체들 밖에 나오지 않는다. 소포장 재료를 찾기 위해선 ‘선물 포장’으로 검색해야 한다.

채박사는 오프라인에서 재료를 찾는 농가주들을 위해선 서울의 방산시장과 주변 주차장 약도까지도 책에 담았다.

한계와 아쉬움

아무리 좋은 방법론이라 해도 사용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을 것이다. 채박사는 민박 농가 포장 디자인의 가장 큰 장애는 디자인에 대한 농가주들의 태도라 했다.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 포장을 그냥 상품을 담는 용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책을 볼 일은 없을 것이라 했다.

채박사는 민박 농가주들과 디자이너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랐다. 농가주들은 디자인이 상품에 가치를 더하고 농가를 홍보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전문 업체에 디자인을 맡기더라도 최소한 디자인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어야 한다. 농촌에 관심을 가진 디자이너들도 머리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에서 디자인을 출발해야 한다.

채박사는 책에 대해서도 만족스럽지 않다 했다. 여전히 어렵다고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채박사가 생각하는 보완책은 교육이었다. 농촌 교육기관에서 이 책을 교재로 교육을 해 준다면 난이도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채박사가 생각하는 가장 큰 아쉬움은 현장 검증이었다. 책에 나온 가이드에 따라 민박 농가가 실행하는 것을 살펴봤더라면 문제점이나 다른 유용한 팁들을 더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했다.

적정마케팅, 현장에 답이 있다

채박사는 99% 기업을 위한 적정마케팅을 고민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바로 ‘현장성’이다. 머리나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 또한 현장에서 만들어 나간다. 해결책은 철저히 수요자의 입장에서 정리되어야 하며, 최종 결과물은 반드시 현장 검증을 통해 수정 보완해야만 한다.

적정마케팅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이 이번 인터뷰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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