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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으로 노을 파는 섬농부 박철한

적정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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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 박철한님으로부터 저녁 노을을 팔았단 이야기를 들었다. 대동강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의 화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그 사연을 알아보고자 충남 안면도에 있는 그를 찾아갔다.

노을이 상품이 되는 이유

그에게 노을을 판 이야기를 청하니 그런 적이 없다 했다. 섬마을에서 팔아 본 것은 체험관광 상품과 직접 재배한 고구마가 전부라 했다.

거짓말을 한 것일까.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의 주장에 수긍할 수 있었다. 그가 고구마를 팔 수 있었던 건 노을에 대한 스토리텔링의 자연스런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2년 전 농업기술센터의 농업대학에서 소셜미디어를 접한 후 곧바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었다. 그 때는 페이스북으로 장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없었다. 그저 많은 도시 사람들과 사귀고 싶은 바람 뿐이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그들이 관심이 가질만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는 자신의 일상과 주위 환경 속에서 친구들이 공감해 줄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찾아보았다.

본인, 가족, 이웃, 마을, 체험 관광 상품, 농사일, 주변 관광지, 섬에서 나는 각종 해산물과 농산물들. 그는 그 중 어떤 소재가 가장 대중적일까를 놓고 고민했다.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소재는 ‘노을’이었다. 노을이 안면도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인 만큼 향토색을 더할 수 있는데다, 빌딩숲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들 모두가 노을에 대한 향수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의 선택을 떠올리며 무릎을 탁 쳤다. 그가 직접 설명하진 않았지만, 노을이라는 소재에는 향토색과 대중성 외에도 더 많은 장점들과 가능성이 내포돼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규칙성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소셜미디어 운영의 기본 원칙 중 하나가 규칙적이고 꾸준한 콘텐츠 발행이다. 하지만 규칙을 안다는 것과 지킨다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노을은 지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 때가 아니면 사진에 담을 수 없다. 언제든 포착할 수 있는 풍경이라면 차일피일 미루게 되겠지만, 노을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런 만큼 노을이라는 소재는 시간적인 규칙과 그 규칙을 지켜야만 하는 당위적인 상황을 인과적으로 만들어낸다.

다음으로, 다양성이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라 해도 비슷한 사진을 반복적으로 올린다면 금세 지루해질 것이다. 하지만 노을에는 1년 365일, 매일이 새로운 변화무쌍함이 있다.

마지막으로 확장성이다. 그가 노을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은 노을 자체를 이야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노을은 그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중물일 뿐이었다. 그는 노을 풍경을 전할 때마다 진짜 전하고 싶은 이야기, 다시 말해 그날 있었던 섬 농부의 일상, 가족과 이웃 이야기, 생업 이야기 등을 일기 형태로 곁들였다. 노을 빛이 섬 전체를 광범위하게 비추는 만큼, 섬 안의 모든 것들이 노을 풍경과 자연스레 버무려졌다. 하지만 그가 마중물 역할을 할 소재로 특정 장소나 특정 상품을 선택했다면, 그것에 버무릴 수 있는 이야기들은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

아무튼 그는 노을이라는 그릇에 농사일기를 담아 왔고, 그 결과 고구마가 절로 팔리게 됐다고 했다.

섬농부라는 캐릭터

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누구는 뭐다’고 정의내려지지 않는 사람은 잘 기억나질 않는다. 그런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시간과 관심을 쏟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 프로필 소개란과 평소의 글들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마찬가지의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드러낼 수 있는 자신의 직업 정체성 한 가지를 포기했다.

그는 고구마 농사를 짓고 체험관광 사업도 하지만, 페이스북에서는 주로 고구마 농사 이야기 위주로 생업을 소개했다. 페이스북 사용자명도 아예 ‘섬농부 박철한’으로 지었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직업적 정체성의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렇게 2년간 섬농부라는 정체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른 생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계획이라 했다. 그 동안 정체성을 분명히 했던 만큼, 친구들이 자신에게 더 깊은 관심을 가져주었고, 이젠 다른 생업 이야기도 혼란 없이 들어줄 준비가 되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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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섬농부 박철한님

ROI는 좋아질 수 있다

그는 페이스북을 시작한 후 오랜 기간 동안 하루 3시간씩 페이스북에 매달렸다. 지금은 요령이 생겨 그 시간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하루 2시간씩 할애하고 있다고 했다. 2년을 그리해 왔으니 그가 페이스북에 투자한 시간만 해도 엄청날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의 성과는 어땠을까.

지난해 늦가을, 그가 첫 고구마 수확 소식을 페이스북으로 전했을 때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쪽지와 댓글로 고구마를 주문했다. 그가 고구마를 상품으로 소개하지도, 사달라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꾸준하게 고구마 농사 일기를 기록해 온 것이 생산물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거나 그도 아니면 그의 수고를 보상해주고 싶은 측은지심이 생겨서일 것이라 했다.

아무튼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 고구마 80%를 사 주었다. 당시 그의 페이스북 친구 수는 1800명, 그 중 그의 고객이 돼 준 친구들의 비율은 10% 이상이나 됐다.

얼핏 들어보면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ROI를 따져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그가 페이스북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채 1천만원이 되지 않았다. 수익은 몇백만원에 불과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투자한 시간을 고려해 보면 인건비도 안 나오는 성과였다.

그런데도 그는 만족한다 했다. 페이스북으로 직거래 가능성을 확인했고, 상품 가격을 도매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받을 수 있었던 사실만으로 의미 있었다 했다. 시간이 지나면 ROI는 좋아질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는 올해부터 판매 품목을 늘려볼 생각이라 했다. 안면도에서 김치 공장을 하는 후배와 함께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유기농 김치를 팔 계획이라 했다. 지난 해 1년 동안 노을 풍경과 함께 꾸준하게 고구마 재배 일지를 공유했던 것처럼, 올해 김치 재료가 재배되고, 수확되고, 김치로 가공되는 과정을 꾸준하게 공유해 나가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김치도 사 줄 것이란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매년 상품 품목을 늘려나가다 보면 ROI는 점차 개선될 것이란 얘기였다.

여기까지가 이번 소셜잇수다의 요약이다.

안면도는 기름 유출 사고가 나기 전까지 국내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관광지였다. 인구도 1만2천명으로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곳에 박철한님처럼 페이스북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고작 5명 안쪽이라 했다.

안면도에는 터미널이 있다. 사람들과 물자(지금도 시외버스로 물건을 부치고 받는다)가 섬 안팎으로 드나드는 허브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터미널을 통해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특정 장소나 사물을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장소와 사물의 접점 역할을 해 주는 사람만 통하면 된다.

예로부터 사람과 물자가 흐르는 길목에서 부가 만들어진다 했다.

지금은 소셜미디디어 시대다. 시골에 거주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하는 분들에게 열린 기회, 그것은 도시민과 시골의 접점 역할을 하는 소셜 터미널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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