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창 레스토랑의 역설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 마케팅이다.’

대전에서 패밀리 레스토랑 ‘푸른창’을 운영하는 박지영 대표가 밝힌 페이스북 운영 노하우다.

박대표는 페이스북으로 푸른창을 직접 홍보한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푸른창을 찾아온 페이스북 친구들과 소속 그룹 회원들은 어림잡아 3천여명.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은 드물 터. 그 친구들이 동반한 이들까지 더한다면 페이스북이 만들어 준 고객수는 족히 1만명도 넘는 셈이다.

푸른창을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의 성과라니. 도대체 이 역설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박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니 납득이 갔다.

그녀는 푸른창 레스토랑에 늘 머물러 있다. 레스토랑은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그녀는 성실하게 친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 친구들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머무는 공간, 푸른창으로 갔을 뿐이다.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과 만날 일이 있을 때에도, 그녀도 볼 겸 일부러 푸른창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기도 했다.

문득, 만남의 공간을 판매하는 비즈니스(외식업은 어찌 보면 만남을 판다. ‘우리 언제 식사할까’라는 말은 만나자는 의미가 크다)는 소셜미디어와 찰떡궁합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유인즉슨 이렇다.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다 친밀감이 생기면 직접 대면하고 싶은 바람이 생긴다. 그런데 만남이라는 게 맘처럼 쉽지 않다. 서로 시간과 장소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한 상대방이 늘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고, 그 공간이 만남까지 가능한 곳이라면 만남은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성사될 수 있다. 만남의 횟수 또한 잦아지게 된다. 이 때마다 공간의 매출이 발생한다.

물론, 첫 번째 전제인 ‘친밀감이 생겨 대면하고 싶다’가 충족되지 않으면 결과인 공간 매출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박대표가 첫 번째 전제 조건을 충족하게 된 과정을 집중해서 들었다.

자랑하지 않다

박지영 대표는 2012년 1월말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당시는 푸른창을 개업한 지 채 반 년이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10여년 외식업 인생,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독립 브랜드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개업했지만, 대기업들의 광고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TV, 신문, 극장, 버스 어디서든 대기업 계열 패밀리 레스토랑 광고가 눈에 띄었다.

푸른창도 광고를 해야 했지만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박대표가 직접 거리로 나가 전단을 돌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박대표가 보기엔 페이스북도 사람들이 몰려 있는, 그래서 전단을 돌리기에 좋은 공간일 것 같았다.

박대표는 페이스북을 시작한 두 달 동안은 푸른창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고객은커녕 박지영 대표가 올리는 글에 반응조차 없었다.

박지영 대표는 대전 지역 페이스북 사용자 모임에 참석한 후에야 본인의 실수를 깨달았다.

참가자 소개 시간, 박대표는 ‘푸른창 레스토랑 박지영 대표입니다. 앞으로 저희 가게로 방문해 주세요. 오시면 할인해 드리겠습니다’라며 인사를 했다. 원래 부끄럼을 타는 성격에 크게 용기 내 본 것이었는데, 반응이 썰렁했다.

그때 알았다.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한다는 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분들에겐 그조차도 자랑거리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을.

페이스북에서 그리하는 건 더욱 위험할 것 같았다. 얼마 동안이라도 같은 공간에 묶여 있어야 하는 오프라인에서는 본인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오해를 풀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페이스북처럼 만남과 헤어짐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에서는 첫인상이 별로라면 그걸로 관계가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듣다

그 후로 박대표는 푸른창 홍보를 삼갔다. 대신 친구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박대표는 틈나는 대로 친구들의 담벼락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근황과 생각을 살폈다. 자신의 담벼락에는 주로 시를 쓰거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는데, 이 또한 친구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하기 위함이었다.

산문체로 쓴 글에는 형식적으로 수긍해 주거나 맞장구쳐 주는 그런 짧은 댓글이 달렸다. 시는 달랐다. 시가 읽는 이들의 적극적인 관여와 해석을 요구해서인지, 시에 달리는 댓글에는 각자의 경험과 생각에서 우러난 진솔하고 자세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음악이라는 소재도 모두가 얽힌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서인지, 음악과 관련된 개인적인 사연들이 올라왔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푸른창이 저절로 홍보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부터 하고 싶어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되는 건 그 다음이다.

박대표는 친구들의 말을 이끌어내고 열심히 들어주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박대표의 일상과 생각, 생업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박대표는 대답을 위해서라도 생업을 알려야 했다.

경청과 대화를 통한 자연스런 홍보의 힘은 강력했다.

호감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먼저 호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경청은 호감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박대표의 성실한 경청은 생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호감까지도 얻어냈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은 호감에 이끌려서라도 그녀가 있는 푸른창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입장이 돼 보다

페이스북을 사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한 문장을 쓰는 것조차 부담이 된다는 걸 안다. 그런 만큼 박대표는 친구들의 댓글까지도 그들이 담벼락에 쓴 글만큼이나 귀하게 여겼다.

박대표는 시나 음악처럼 친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콘텐츠 위주로 올리기 때문에 댓글이 많게는 100여개씩 달리곤 했다. 그런데도 박대표는 그런 댓글 하나 하나에 정성스레 답했다.

박대표의 답글에는 원칙이 있었다. 이 원칙은 친구의 담벼락에 남기는 댓글에도 적용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닌,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자.’

박대표는 이를 위해 친구들의 담벼락을 살펴보고, 그들의 현재 상태와 처한 상황, 감정과 기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상대방의 입장에서 지금 필요한 말이 뭘까를 고민했다.

마치며

페이스북에서는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 마케팅이다.

박지영 대표의 말은 상품을 알리려 애쓰지 않아도 경청을 통해 나에 대한 호감이 생기면 그 호감이 절로 내 상품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박지영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높아지려는 자는 낮아지고, 낮아지려는 자는 높아지리라’

어쩌면 이 역설의 진리가 페이스북과 같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싶었다.

찾아오게 만들려면, 먼저 찾아가라.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들어라.

자랑하고 싶다면, 더욱 겸손하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배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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