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마케팅의 달인 김용길. 이만하면 그리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꽃집아재’의 팬 수 6400여명,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 수 4천여명. 이 모든 것이 52세의 무명씨가 이뤄낸 성과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김용길 님은 작은 꽃가게를 운영하면서 꽃배달을 겸업하고 있는 일개 소상공인이다. 그렇다고 마케팅 전공자도, 관련 경력자도 아니다. 사람들이 먼저 관심을 보일만한 화려한 이력도 전무하다. 10여 년 전 국제구제금융 위기가 초래한 기업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되기 전, 그는 한 중소기업의 전산 과장이었다. 재취업을 시도했지만 나이 때문인지 여의치 않았다. 결국 꽃가게를 하는 손위 형님의 권유로 지금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과연 비결이 뭘까. 그 사연이 궁금해 부산을 찾았다. 그는 한마디로 끈기, 열정, 콘텐츠라고 답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에서 들어볼 수 있다.
블로그? 매출은 글쎄, 인맥 자산은 OK
4~5년 전 블로그부터 시작했다. 포스트를 발행하는 것 외에 다른 블로거들과 교류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열심히 블로그를 찾아 다니며 댓글을 남겼다. 노력의 결과로 유명 블로거 몇 분과 친해질 수 있었는데, 그 관계가 지금의 페이스북 인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활동들이 매출에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다음으로는 트위터, 페이스북 개인 프로필, 페이스북 페이지, 핀터레스트 순으로 넓혀 나갔다. 트위터 역시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비즈니스와 맞지 않는다 판단했고, 지금은 페이스북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명씨의 페이스북 친구가 5천명이 되기까지
2010년 7월 페이스북 개인 계정을 개설했다. 한 달 정도 해 봤는데도 친구가 10명 밖에 안되더라. 그것도 고등학교 동문들 일색이었다. 그러던 차에 부산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오프라인 모임 이벤트 정보를 발견했다. 그냥 무턱대고 참석했다. 대학총장, 교수, 기자 등 면면이 대단한 분들이었지만, 만남 후 친구 신청을 하니 다 받아들여 주었다. 그 분들의 담벼락을 보면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으면 바로 친구 신청을 했다. 지금 활동하는 사람, 소위 말하는 ‘액티브 유저’다 보니 대부분 통했다. 사람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같은 것은 없었다. 언젠가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로, 하루 10명 이상 친구를 사귄다는 목표로 늘려나갔다. 그렇게 하다 보니 2011년 11월에 친구가 5천명이 되었다.
▲ 꽃집아재 김용길
페이스북 페이지, 하니까 되더라. 다만 필요한 것은 끈기
중간에 페이지도 열어볼까 생각했지만, 도저히 팬을 만들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 수가 3500명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친구들이 액티브 유저 위주여서 그런지 개인 프로필로 페이지 개설 소식을 몇 번 알리자 곧바로 팬 수가 1~2백명이 늘었다. 페이스북에 자주 안 들어오는 친구들에겐 쪽지로 알렸다.
그런데, 친구로만 팬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현재 페이지 팬 중 개인 프로필 친구인 사람 수는 1500명이다. 그래서 친구를 늘렸던 방법을 페이지에도 적용했다. 친구의 담벼락에서 발견되는 사람들에게(그는 그들이 액티브 유저라는 점을 강조했다)도 쪽지를 보냈다. 페이지 소개가 포함된 계절인사를 미리 만들어 놓고, 수취인명을 달리해가며 발송했다. 그렇게 하니 10명 중 1명 정도가 팬이 되었다. 하루 100통씩 보냈는데, 시간이 두세 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래도 꾸준하게 지속했고, 팬은 5천명까지 늘어났다.
살아있는 페이지, 광도도 효과적이네
팬이 5천명 정도 되자 쪽지 보낼 사람 찾는 일이 쪽지 보내는 일보다 어려워졌다. 점점 시간 소모가 많아졌기에 페이지 광고를 고려하게 되었다. 결국 하루 광고비 상한을 2천원으로 정해놓고 광고를 시작했는데, 페이지가 이미 활성화되어 있어서 그런지 효과가 좋았다.
이야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결. 이미지, 35-1법칙, 소통
페이지를 운영해보니, 사람들이 장문의 글을 잘 안 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정성스럽게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라도 링크로 걸면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미지였다.
그래서 링크를 공유하더라도 이미지는 따로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혼자 모든 이미지를 만들 수 없었기에, 절반 정도는 저작권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다른 사람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페이지 업데이트 게시는 ’35-1′이라는 나름의 규칙을 따랐다. 하루 5번, 일주일이면 35번 꽃과 관련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그 중 한 두 번 정도 꽃배달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홍보했다. 하루 5번을 정한 이유는 페이지 업데이트가 3시간이 지나면 팬의 뉴스피드에서 사라지는 페이스북 엣지랭크 알고리즘 때문이었다. 서비스 홍보는 민폐를 최소화하는 수준인 일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소극적으로 홍보를 해도, 다른 업데이트 전부가 비즈니스와 관련 있었기 때문에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매일 그날 생일을 맞은 사람들을 위한 축하 꽃으로 업데이트를 시작하는데, 생일 주인공들에겐 개인 계정을 활용해 태그로 알려준다.
이런 식으로 페이지를 운영하다 보면 적지 않은 댓글들이 올라오는데, 할 수 있는 한 모든 댓글에 답글을 남기려 노력한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다.
노력의 결과. 사업 매출의 30%가 소셜미디어에서 발생하다
2년 전부터 고객 정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하고 있다. 어떤 경로로 고객이 되었는지도 추적하는데, 확인한 결과 총 매출의 30% 정도가 소셜미디어에서 생겨나더라. 특이할 만한 점은 그 중 80~90%가 페이스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 친구나 팬이 아닌 사람들의 주문도 적지 않다. 내 콘텐츠가 친구의 공유 활동을 통해 친구의 친구까지 전달되는 효과 덕택으로 보인다.
반면, 트위터를 통한 고객 발굴은 1년에 두세 건에 불과하다.
물론, 페이스북 팬들이나 친구들 중에 꽃을 주문한 사람 비율은 1~2% 밖에 안된다. 내가 아무리 소통을 잘해도 지인 중에 이미 거래하고 있는 꽃배달 사업자가 있다면 내게 주문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 핀터레스트
다들 핀터레스트를 3세대 SNS라 말하면서도 관망만 하고 있다. 하지만 난 나름 열심히 활용해 보려 노력한다. 써 보니 일반 쇼핑몰 솔루션보다 좋았다. 큐레이션 방식으로 상품 정보도 올릴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로 소통까지 가능한 것이 맘에 들었다.
비록 국내 사용자가 1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지만, 페이스북도 처음엔 그랬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에 만일을 위해 틈틈이 사용 중이다.
꽃집아재의 꿈, 페이스북 꽃가게 네트워크
사업을 하다 보면 꽃배달 본부에서 회비를 받는데다 적지 않은 수수료까지 떼간다. 그래서 꽃집아재 페이지 팬이 2~3만명 정도가 되면 상품력이 있고 SNS에 필요한 마인드를 가진 전국 꽃집을 섭외해 함께 연대해 볼 생각이다. 케익 전문점처럼 꽃배달과 관련된 업종과 제휴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소셜미디어 마케팅. 포기는 금물
소상공인들도 이미 소셜미디어에 대해 들어보거나 접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막연한 의욕만으로 덤벼들어선 안 된다. 끈기, 열정, 콘텐츠가 필요하다. 중간에 포기할 거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키워드 광고는 단기간에 답이 나오지만, 소셜미디어는 꾸준하게 긴 시간을 투자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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