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영빵집의 골목상권 분투기

고재영 사장과의 인터뷰는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여러 언론이 그를 소셜미디어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세를 이겨낸 슈퍼 자영업자로 소개해 왔지만, 그의 현실은 여전히 팍팍했다.

그가 일궈낸 성과는 생존일 뿐, 소위 말하는 대박 점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리 형편이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지만, 한 때 종업원을 셋이나 두었던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요원해 보였다. 대기업이 여전히 골목상권에 발을 들여놓고 있는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폐업하지 않고 1인 자영업을 지속해나가는 것 정도였다.

그래도 그의 소셜미디어에 대한 애착은 대단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작년에 이미 가게 문을 닫았을 것이라 했다. 소셜미디어가 늘려준 매출은 많아야 15%에 불과하지만, 자신과 같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있어 그 수치는 생존을 결정할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렇듯, 소셜미디어는 한 골목상권 자영업자에게 지푸라기가 되고 있었다. 돈 많은 기업에게는 마케팅 활동의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를 소셜미디어가 다른 누구에게는 생존의 불씨가 되는 그런 상황이 씁쓸했던 것이다.

아무튼, 이번 소셜잇수다는 고재영 사장의 소셜미디어 활용기를 담았다. 그렇다고 그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소셜미디어에 덤벼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재미로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에겐 소셜미디어 시대에 요구되는 진짜 경쟁력이 있었다. 바로 진정성이었다.

▲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고재영 사장

소셜미디어시대,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2007년 2월 산본역 인근 아파트단지에 고재영빵집을 개업하면서부터 헌혈증을 식빵으로 바꿔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지인 아들의 백혈병 치료를 돕고자 시작한 것인데, 지금까지 꾸준하게 진행하게 되었고, 그 결과 800여장의 헌혈증을 모아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소셜미디어가 보급되면서 이 사실이 입소문이 났고, 한 기자가 취재를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 기자는 착한 빵집 정도로 다뤄볼 요량이었다는데, 막상 와서 보니 더 많은 기사거리들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적잖게 놀라는 눈치였다.

소셜미디어를 하는 동네빵집 사장님, 매장 3평에 주방 3평, 합쳐봐야 채 6평이 안 되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의 빵집, 반경 1km이내 대기업 빵집 7곳이 들어선 열악한 경쟁 환경, 그 안에서 제빵 체험 서비스와 빵 배달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 등.

이렇듯 이야기 거리가 많다 보니, 계속해서 매스컴을 탈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뉴스를 본 자영업자들이 견학 차 찾아오곤 한다. 이들 중에 인테리어 투자에 대해 상담을 한 분이 있었는데, 인테리어에 투자할 바에야, 아예 지역 사회에 500만원 정도 기부를 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그 정도면 지역에서 엄청난 이슈가 되어,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인테리어를 한다고 매출이 늘어날지는 불확실하다. 전단지 광고에 돈을 쓴다 해도 요즘 사람들은 귀찮아서 보지 않거나, 설령 본다 해도 혼자서만 보고 버려버린다. 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착한 일은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고재영빵집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나와 그 덕을 톡톡히 봤지만, 그 출발점은 착한 빵집이었다.

소셜미디어 입소문. 내는 것이 아니라 나는 것이다

처음부터 마케팅 목적으로 소셜미디어를 시작하지도 않았고, 소셜미디어로 효과를 보고 있는 지금도 빵집과 관련된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10% 정도다. 소셜미디어에 노골적인 홍보, 광고글이 올라오면 우선 나부터가 보기 싫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입소문을 내달라 부탁하지도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 몇 번 교류한 것이 고작인 사람이 그런 부탁을 한다면 누가 반기겠는가.

그래서,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는 정보들은 대게 태어난 고향과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것들 이다. 다른 자영업자나 농부들의 상품을 추천하는 글도 자주 올린다. 정보 공유 못지 않게 소통에도 힘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되고 자연스레 빵에 대해 문의를 하게 된다. 알아서 고재영빵집에 대한 입소문도 내 준다. 모름지기 오고 가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이다.

한편 고재영빵집에는 체험 상품이 있다. 고객들이 직접 주방에서 자신만의 빵이나, 케이크, 쿠키, 빼빼로 같은 것을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직접 만드는 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케이크나 빵에 이름을 써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체험 상품이 소셜미디어 입소문에 한 몫을 했다.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케이크는 누구나 소셜미디어로 자랑하고 싶어할 것이다.

골목 상권과 소셜미디어의 한계. 그리고 가능성

소셜미디어와 뉴스매체로 입소문도 나고 홍보도 많이 됐지만, 사업 자체가 지역성이 강하다 보니 매출 증대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내 빵에 호기심이 생겼다 해도 부산처럼 먼 지역에서 군포까지 찾아오기란 힘들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라면, 위치 기반 소셜미디어가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임인도 열심히 사용하고 있는데, 친구들 대부분이 지역주민, 다시 말해 실제적인 잠재고객이다 보니 매출 기여도 면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 준다.

빵배달 서비스를 하는 것도 위치기반 소셜미디어와 찰떡 궁합이다. 학교, 유치원, 회사 등으로 배달을 나갈 때마다 배달 장소에서 발도장(체크인)을 찍는데, 그 기록을 보고 빵배달 서비스를 인지하게 된 사람들이 주문을 하곤 한다.

한편, 트위터도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기 위해 근처 트윗을 찾아주는 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하루 한 시간, 매출 10% 증대

3년 전 지역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자영업자들과 ‘산자모(산본 자영업자들의 모임)’를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는 돈을 모아 공동 홍보 책자나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크리스마스 같은 대목 때에는 서로 경품을 협찬하는 방식으로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모임에 나갈 때마다, 회원들에게 소셜미디어를 권해 보는데 아직까지 시작한 사람이 거의 없다. 시작한 사람도 몇 달 해보다 중도에 포기했다. ‘과연 효과 있을까’하며 못미더워하거나,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고 덤벼들었다 실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한 시간을 투자해 매출 10% 이상을 증대시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따로 돈이 들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효과가 대단하지 않은가.

다만 끈기와 기다림은 필수다. 절대로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고재영 사장과 나눈 대화의 요약이다. 한가지 고백하자면, 인터뷰 내내 고재영사장에게 ‘계산 속’이라는 혐의점을 두었었다. 모든 것이 의도된, 치밀하게 계산된 마케팅의 결과가 아닐까 의심했다.

하지만, 그는 진정성이 있었고, 지금의 성과는 의도된 마케팅의 결과가 아니라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는 자명한 진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헌혈증을 식빵으로 교환해주는 것 외에도 남는 빵을 기관 아동들에게 나눠주고, 시간이 나는 대로 지역 봉사 활동에 참여한다. 소셜미디어는 그러한 선행을 좋아한다.

그는 고객 만족을 위해 체험 서비스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한 고객 참여는 자발적인 입소문을 만든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빵 배달도 소셜미디어와 찰떡 궁합이다.

그는 빵에도 최선을 다한다. 20여 년을 빵만 만들어온 장인으로, 모든 빵에 잡곡과 현미를 섞어 고객의 건강까지 신경 쓴다. 이처럼 상품 자체가 충실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소셜미디어로 발굴된 고객이라 해도 두 번 다시 빵집을 찾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의 마케팅 활동이라 할만한 것들 대부분이 개업과 동시에 시작한 것들이었다. 게다가 그는 마케팅과는 거리가 먼 일개 골목 상인이다. 그런 그에게 혐의점을 뒀다니. 부끄럽기만 하다.

이번 글에서는 소셜미디어 전략 같은 것을 찾아보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필립코틀러가 주장한 ‘마켓 3.0’을 실증하는 최고의 사례로 손색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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