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신의 시민운동2.0

그는 1인 시민 운동가다. 여러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에 발을 걸치고 있지만, 일반적인 고용 관계로 일하진 않는다. 비슷한 비전을 공유한 사람들과 함께 단체들을 직접 설립한 만큼 주체적으로 활동한다. 단체도 개인들간의 네트워크 형태로 조직한 만큼 자유롭다. 근무 형태는 거의 재택에 가깝다.

그는 공익 프로젝트 인큐베이터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사회 혁신을 지향한다. 시민단체들과 전문가 그룹, 정당, 언론 등이 사회적 의제 생산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개인들도 자기 목소리를 낸다. 다만 그 목소리가 사회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는 세력으로 발전하려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서로 연대해야 한다. 그는 이를 위한 플랫폼과 도구를 개발하고 보급한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위해 노력한다. 아무리 사회적 의제의 생산과 공유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온라인 세계의 일이다. 전적으로 오프라인에 속한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의 연장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이들의 변화를 위한 오프라인 소통 플랫폼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지난 대선 관련 토론 방송에서 윤여준씨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해 정당을 통하지 않아도 개인의 의견이 순식간에 공론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 때문에 정당이 필요 없어지고 정치인이라는 직접도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계에 부딪힌 대의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러니까 막 폭발해서 분출하고 있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욕구를 어떻게 수렴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것인지에 대해, 각 후보들은 해결방안은 아니더라도 고민 정도는 내놨어야 한다.

한마디로 시대의 변화는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이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음을 비판한 말이었다. 시민사회운동 영역이라고 다를까.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하고, 그 결과를 실행에 옮겨 오고 있었다. 이번 소셜잇수다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사회 운동에 도전하고 있는 조아신(본명 조양호)씨를 만났다.

▲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조아신님

시민이 주체되는 시민운동을 고민하다

조아신: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면서 모순을 느꼈다. 시민단체들은 시민 참여를 외치지만 정작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 마련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통로가 있다 해도 시민 단체에서 미리 정해 놓은 통로만 있을 뿐 그 통로 설계까지 개방하진 못했다. 시민들은 운동의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적인 참여자라기 보다는 만들어진 결과를 광장에 앉아서 지켜보는 대상에 불과했다.

과거엔 그럴 수 밖에 없던 측면이 있었다. 사회적 의제 생산이 정치권과 미디어에 독과점되던 시대에는 하나의 조직으로 똘똘 뭉쳐야만 그나마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블로그, 소셜미디어 등이 등장하면서 조직이 없어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런 시대라면 조직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시민들 각자가 운동의 주체가 돼 자유롭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더체인지’라는 시민운동 플랫폼이자 비영리단체다. 2010년의 일이다.

사회적 대화 토론 플랫폼 ‘더 체인지’를 시작하다

조아신: ‘더 체인지‘는 ‘사회적 대화/토론 플랫폼’을 지향하고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기획하고 전파하는 데 주력해 왔다. 각 사회적 의제 별로 대화와 토론을 진행하면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관계가 형성될 것이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도구만 제공해주면 그 관계 안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운동체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다만, 토론 방식엔 변화를 줘야 했다. 전문가 발제와 패널 토론을 듣다 마지막에야 질문 한두 개 던지고 끝나는 토론 방식으로는 참가자들 간에 관계가 형성될 수 없었다. ‘더 체인지‘는 첫 번째 사업으로 ‘씽크카페@◯◯’라는 열린 토론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참가자들 모두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순서, 참가자 규모, 테이블 구조를 설계했다. 그렇게 6개월간 ‘행복한 아이들’, ‘정치의 미래’, ‘석유 없는 세상’ 등의 소규모 토론 모임을 계속해서 열었고, 그 결과 7~8개 정도의 의제별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 개인들인지라 커뮤니티의 지속을 위해서는 ‘더 체인지’가 계속 관여해야 했다. 그리고 아직 새로운 방식의 소통과 토론 문화에 대한 경험도 부족했다. 그렇다고 ‘더 체인지’라는 조직을 키울 수 없는 노릇이었다. 딜레마에 빠졌지만 다른 방식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소규모 의제별 모임은 자체적인 동력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 우선은 의제별 모임을 이끌었던 분들과 함께 한날 한 장소에서 여러가지 의제를 놓고 동시 다발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씽크카페 컨퍼런스@대화’로 개최해보기로 했다. 컨퍼런스를 통해 의제별로 관심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분들과 함께 새로운 소통의 문화를 경험하다보면 자체적인 동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 측면도 있었다.

2011년 5월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하고 참가자를 모집했다. 총 참가 인원 500명 중 주제 발표 후에 있을 20가지 주제 토론 참가자 200명은 따로 모았다. 20개 주제 토론을 이끄는 코디네이터는 기존 의제별 커뮤니티 담당자들이 맡았고 그분들과 함께 워크샵을 통해 컨퍼런스의 소주제들을 결정했다. 20개의 주제 테이블 별로 토론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금세 마감이 됐다. 주제 발표만 듣는 일반 참가자 마감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 그제서야 ‘더 체인지’로 품었던 방향성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동안 토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그런데도 그들이 구경꾼으로 머물렀던 건 참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환경 때문이었다.

대화와 토론 문화를 확산시키다

조아신: 열린 토론 문화를 ‘더 체인지’에서 기획하는 사업 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단체에도 전파시킬 방법을 찾고 싶었다. 기존 시민단체들도 소통 문화를 바꿔야 했다. 일방적으로 시민단체의 주장을 전달하고 사람들을 동원하는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

그래서 ‘더 체인지’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자신의 일터에도 열린 토론 문화를 확산할 수 있도록 워크샵 ‘모이고 떠들고 꿈꾸는 새로운 방법들(모떠꿈)’을 열었다. 주로 외국에서 들여온 방법론들로 워크샵 프로그램을 구성하긴 했지만, 국내 실정에 맞게 변화를 주었다. 워크샵 참가자들은 월드카페, 리빙라이브러리, 이그나이트 등 7~8가지 방법론을 2박3일 동안 직접 체험했다.

첫 번째 워크숍이 끝난 후 나온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평가서를 보니 거의 100%가 만족했다. 한 참가자는 “20년 동안 수 없이 많은 워크샵을 다녀봤는데, 이렇게 내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고 했다. 단지 방법론을 배우는 것을 넘어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2박3일 동안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관계가 만들어진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얘기였다.

세 번째 워크샵을 마친 후에는 열린 토론 방법론을 매뉴얼로 정리했다. 꼭 워크샵에 참여하지 않아도 누구나 ‘모떠꿈‘ 워크샵에서 진행한 방법론을 학습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더 체인지2.0에 도전하다

조아신: ‘더 체인지’를 IT에서 말하는 오픈소스 차원에서 접근해보려 했다. ‘더 체인지’라는 코어 프로그램에 누구나 새로운 사업과 프로그램을 모듈이나 플러그인 형태로 추가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체인지’를 복제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도 좋겠다 생각했다. 만들어진 OS인 윈도우가 아니라 여전히 수많은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리눅스가 되면 좋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모떠꿈’ 매뉴얼을 만들었고, ‘오픈 컨퍼런스‘라는 사업도 시작했다. ‘씽크카페 컨퍼런스@대화’는 ‘더 체인지’가 기획하고 주최하는 사업이었다. ‘더 체인지’의 열린 토론 운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더 체인지’가 아닌 누구라도 열린 토론을 주최할 수 있어야 했다. 시공간의 경계도 허물어야 했다. 특정한 날 특정한 장소에서만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지 않나. 그래서 개방적인 컨퍼런스 플랫폼을 고민했고, ‘오픈 컨퍼런스’를 착안하게 되었다.

1년에 한 차례, 5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진행되는 ‘오픈 컨퍼런스’는 누구나 모임을 제안할 수 있는 행사다. 재작년에는 49곳에서, 지난해에는 50곳에서 모임이 열렸다. 모임 주최, 참가자 모집과 행사 진행은 모임 제안자의 몫이었고 ‘더 체인지’는 ‘오픈 컨퍼런스’ 사이트 운영과 홍보 지원,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들간의 연락과 결과물을 취합하는 역할만 담당했다.

가능성을 보았다. 재작년에는 낯선 방식의 컨퍼런스인지라 주로 지인들에게 부탁해 모임을 개설하게 했는데, 지난해 모임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개설됐다. 이 추세면 몇 년 뒤에는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서 모임이 개설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임이 많아지면 달라질 수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그 많은 모임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네트워킹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된다. 그런 점에서 ‘더 체인지’는 ‘오픈 컨퍼런스’에 관여하는 것도 점차 줄여나가려 한다. ‘오픈 컨퍼런스’와 관련된 매뉴얼을 공개해, 연내에는 누구나 특정 주제에 대한 전국적인 ‘오픈 컨퍼런스’를 주관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이젠 지역이다…’지리산 문화공간’

조아신: 2004년부터 남원 산내면에서 살아왔지만, 하는 일은 거의 서울에서 진행하는 일들이었다. 세상을 바꾸겠다 말하면서 정작 중요한 거주지는 등한시하고 있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마을을 위한 일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시골에 살다 보니, 시골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요즘 도시에 농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시골엔 문화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2012년 하반기에 ‘지리산 문화공간‘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었고 첫 사업으로 카페 ‘토닥‘을 열었다. ‘토닥’은 ‘지리산 문화공간’이라는 단체가 일할 수 있는 공간, 문화 사업을 펼쳐나갈 공간을 확보하고, 단체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도 필요했다. 조직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 변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더 체인지’의 활동 경험도 작용했다.

몇 사람의 의지를 모아 건물을 매입하긴 했지만, 인테리어 공사비는 일부러라도 지인들과 마을 주민들의 출자(카페 ‘토닥’은 협동조합 전환을 모색 중이다), 소셜펀딩 개미스폰서를 통한 모금으로 마련했다. 공사일을 재능 기부로 도움 받기도 했다. 모름지기 내놓은 것이 많을수록 소속감이 커지는 법이니까.

두 번째 사업으로는 청소년 만화방 ‘재미’를 열었다. 이 마을엔 중학교가 있지만 청소년들이 다닐만한 학원도, 방과후에 머물만한 놀이 공간도 없었다. ‘재미’는 콘테이너 조립식 건물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곳 청소년들이 편하게 와서 수다도 떨고 만화책도 보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지난해에는 ‘지리산 문화공간’ 사업을 위한 하드웨어적인 공간 마련에 주력했다. 올해부터는 공간을 채울 콘텐츠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토닥’에선 매주 화요일마다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매월 한 차례씩 지역의 음악인들과 외부 예술가들을 초대해  공연도 열어볼 계획이다.  3월부터는 마을대학도 시작하려 한다. 산내면 총 인구 2천명 중 귀촌 인구가 300명인데, 그들에겐 귀촌하기 전에 일했던 다양한 분야들이 있다. 이곳 토박이 분들에게도 남다른 특기와 재능들이 있다. 그것들을 마을 사람들과 나눌 수만 있다면 수료증은 없어도 대학 본래의 목적을 살리는 데 충분할 것이라 본다.

‘지리산 문화공간’은 마을신문 창간도 돕고 있다. 시골 주민들이 주로 접하는 매체는 TV와 중앙 일간지다. 좀 다른 시각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는 거리가 멀다. 시골에서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체가 필요하다.

‘토닥’을 운영한지 두 달 정도 지났다. 아직은 그 운영 수익만으로 ‘지리산 문화공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토닥’이 자리 잡으려면 3~4년은 기다려야 한다. ‘토닥’만으로 ‘지리산 문화공간’의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재원 다각화 차원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1월 중에 시작하고, 올 상반기에는 쇼핑몰을 열어 지역 특산물도 판매하려 한다. 이쪽 지방은 산세가 험해 농사를 다품종 소량 재배로 한다. 그래서 대형 마트나 생협에 납품하기가 어렵다. 쇼핑몰은 그 분들의 판로 지원 목적도 있다. 게스트하우스는 지역 주민의 민박집을 빌려 꾸몄다.

여기까지가 그의 활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 것이다. 큰 조직에서도 하기 어려울 많은 일들을 지인들 몇몇이서 다 하고 있다니, 참으로 대단했다. 그에게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비영리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조아신: 보통 비영리 사업을 말할 때 자금과 조직이 탄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보다는 일하는 사람들의 수평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쪽 사람들은 돈을 목적으로 일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즐거움과 보람을 얻는 것, 그것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된다. 물론 조직적 기반과 재정적 안정이 정말 중요한 단체들도 있다.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생각을 보편적이거나 당위적인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수평적 관계를 위해 주의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서로 동등하게 관계를 맺으면서, 그 사이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직 없는 조직이 만들어지게 하는 것이다. 물론 대표, 사무국, 위원회 등이 있는 그런 조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떠꿈’ 워크샵 프로그램은 씽크카페 대화모임 때부터 함께한 이창림씨와 공공프로젝트에이전시 비타민컴의 이희원씨와 함께 운영한다. 그것도 조직으로 볼 수 있지만 대표와 같은 조직 체계를 따로 두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있을 때 만나 함께 기획하고 역할을 나누고 현장에서 함께 협력할 뿐이다. ‘오픈 컨퍼런스’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사람들끼리 필요할 때 모여 역할을 분담하고 각자 맡은 일을 한다. 그래도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두 번째는 그 관계에서 성과에 대한 개인적 혹은 조직적인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누구나 어떤 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그것을 버려야 한다. 되도록 공은 같이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돌리는 것이 좋다. 그러면 한 가지 일로 맺어진 관계가 지속적으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비영리 사업의 출발점

조아신: 어떤 사회적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인들에게 이야기한다. 처음엔 그게 가능하겠냐며 반문하기도 하지만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함께 할 사람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생겨난다. 그렇게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관심을 보인 사람들과 함께 사업 계획을 세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해 내는 일이다.

보통 처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기획안 형태로 사업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보다는 오랜 시간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함께할 사람을 얻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뒤에야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것도 여럿이 함께 간단한 형태로 작성하고, 그 결과물까지 온라인 문서 형태로 공유하는 것이 좋다.

참여자 모집

조아신: 사업 시작을 결정하면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때 ‘더 체인지’라는 플랫폼으로 참여자를 공개모집도 하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다.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들여다보면 그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주제에 관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 ‘오픈 컨퍼런스’ 모임 제안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섭외한 경우가 제일 많았다.

모임 제안자와 같은 적극적 참가자가 아닌 모임 참가자처럼 소극적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는 소셜미디어와 뉴스레터 등을 활용한다. 가장 먼저 알리는 대상은 기존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만족했던 만큼 주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준다.

재원 마련

조아신: 정기 후원회원을 모집하기도 하지만, 사업 개별적으로도 따로 모금을 한다. 요즘은 소셜펀딩 플랫폼도 적극 활용한다. 그래도 사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수익원 마련이 필요하다. 비영리단체는 수익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토닥’처럼 별도의 영리 사업체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도 재원이 부족하면 없는 만큼만 진행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돈이 없어서 안되는 일이라면 사업을 접는다. 어떤 사람들은 사업을 시작하면 끝까지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의 목표가 중요한 것이지 수단에 불과한 사업의 형태는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고 본다. 한번 시작한 사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 조직을 존속시키기 위해서 조직 사업을 하는 것은 ‘더 체인지’의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

여기까지가 이번 소셜잇수다의 요약이다.

조아신씨는 10여년 전 서울을 떠나 무작정 시골로 내려온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원격으로 일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다 보니 저절로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 도구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 덕에 개발자가 아닌데도 기본적인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수 많은 사람들을 네트워크로 엮고 관리할 수 있었다 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이 토론 플랫폼과 새로운 토론 문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새로운 환경이 주어져야 토론이 시작되고 그 안에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필자도 가끔 사회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글을 쓰곤 하는데, 글만으로는 실행에 필요한 협력자가 나타나진 않았다. 혼자서는 실행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오픈컨퍼런스’에서 모임을 개설하자 협력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모이니 실행에 대한 자신감도 붙었다. 그의 말대로 대화와 토론 방식을 바꾼 것만으로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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