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에겐 본인이 한 번 취한 입장, 내뱉은 말, 지금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일관성을 지키려는 속성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속성이 생겨나는 건 기존 입장을 정하는 데 들인 노력을 아까워하는 손실 기피의 본능, 매 상황마다 새로운 대안을 찾고 다시 의사결정을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게으름, 입장을 번복하면 변덕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책 ‘설득의 심리학’은 이를 ‘일관성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연인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나도 관계를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것, 자동차를 낙점한 후에야 슬그머니 옵션 추가를 제안하는 자동차 영업사원의 상술에 넘어가는 일, 구두로 투표하겠다고 밝힌 유권자나 예약 이행을 하겠다고 밝힌 손님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 가능성이 올라가는 현상 등은 일관성의 법칙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관성의 법칙은 자신의 입장을 서면으로 기록하고, 그것을 남들과 공유했을 때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게 된다. 일관성을 지키지 못했을 때 비난할 수 있는 증거와 증인들이 남기 때문이다. 금연 계획을 e메일로 작성해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남기는 말은 앞으로의 말과 행동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일관성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경우는 자신의 발언이 외부의 강제나 압력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인데, 페이스북에 남기는 말은 자유 의지에 따른 것들이다. 게다가 그 말은 기록으로 남겨져 다른 사람들과 공유까지 된다. 그런 만큼 페이스북으로 어떤 집단을 공개적으로 비난한다면, 이후에 그 집단과 접촉하며 태도가 변했다 해도 말과 행동을 번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다’, ‘어떤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행동은 싫다’ 처럼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게 되면 나중에 처한 상황이 바뀌어도 과거 발언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페이스북에 어떤 글을 올릴 때에는 지금 내 입장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지를 한 번 더 숙고해야 한다. 명심하자. 지금 페북에 남기는 말이 미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