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로빈 던바는 한 사람이 동시에 인맥(우연히 동석한 자리에서도 서로 어색하지 않게 어울릴 정도로 친밀감이 있는 사람)을 맺을 수 있는 사람은 최대 150명이라고 주장했다. 원시 부족사회의 규모,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군부대, 이를테면 로마시대의 백인대나 오늘날의 중대의 최대 규모가 그 이하인 것을 증거로 들었다. 이유로는 인맥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대뇌 신피질의 크기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 했다. 이러한 던바의 법칙을 근거로 누군가는 새로운 인맥은 필연적으로 기존 인맥을 밀어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법칙은 어디까지나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까.
물리적 공간에서의 소통은 대개 1대1, 많게는 1대4 정도로 제한된다. 수십명이 모이는 동창회에 나갔는데, 결국엔 삼삼오오 나뉘어 ‘지방방송’을 하게 되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SNS에서는 일대다 소통이 가능하다. 게다가 대화가 기록되고 보존됨으로써 소통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SNS는 물리적 소통이 갖는 동시성이라는 제약까지도 뛰어넘게 해 준다.
그런 만큼 SNS를 하면 인맥 크기가 던바의 숫자인 150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누군가는 디지털 인맥과 오프라인 인맥을 어떻게 똑같이 취급할 수 있냐고 반문하겠지만, 이번에는 오랫동안 소통해 온 페친을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 그가 전혀 낯설지 않았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물론, 던바의 법칙이 SNS에서도 적용되는지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있다. 그 연구에 따르면, 아무리 SNS 친구가 많은 사람이라도 평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지내는 사람 수는 150을 넘기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기억과 기준의 문제 아닐까. 사람들에게 친한 사람을 나열해 보라고 했을 때, SNS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가 모두 150명 이하로 똑같다면, 그건 사람이 한 번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의 숫자, 다시 말해 기억이라는 기능이 가진 한계 때문일 지 모른다. 누군가를 당장 떠올리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과 친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단 얘기다. 또한 연구에서 친한 사람의 기준을 오프라인에서 연락과 만남을 지속하는 사이로 정했다면, 그것은 디지털 공간에서의 소통을 평가절하한 것이다. 사실, 한 페친에게 쏟는 시간을 모두 더한다면 오프라인 친구와 연락하고 만나는 데 쓰는 시간보다 많을 수 있다.
던바의 연구 결과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그저 검색을 통해 접한 단편적인 정보들로 ‘SNS에서도 던바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주장을 반박하기엔 논지가 허술할 수도 있겠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 볼 때 SNS가 인맥의 크기를 확장시켜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이 있다.
책 ‘낯선 사람효과’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중요한 사건, 이를테면 연애, 결혼, 취업, 이직, 사업 등에 있어 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약하지만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된 인맥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SNS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150명이 주는 기회 안에서 인생을 살아간다.
만약 더 많은 기회를 얻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던바의 법칙이 지배하는 오프라인 세계에 머무를 것인가, 던바의 법칙이 깨지는 SNS 세상으로 들어올 것인가. 판단과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