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에 있는 동호한증원 바깥엔 땔감으로 쓸 나무와 합판이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엔 아래 사진과 같은 경고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아마도 동네 주민들이 폐가구나 나무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일이 종종 있나 봅니다.
‘한증막에서 쓰는 연료는 반드시 원목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페인트칠 된 화목, 옷장, 싱크대, 합판 등은 절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갖다 놓지 마세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시죠. 일반 가정집에서 나오는 나무 쓰레기 중에 페인트칠이 안 된 게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렇다면, 그냥 ‘나무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고 단순하게 경고하면 될 것을 왜 주인은 다소 장황하게 경고한 것일까요.
대게 ‘주인백’으로 된, 뭔가를 하지 마라는 식의 경고문을 보면 사정은 이해가 되면서도 주인이 인심 사납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특히, 영업을 하는 가게 같은 곳이라면 가고 싶은 생각이 꺼려질 정도죠.
경고문에는 분명 경고하고자 하는 대상이 있습니다. 이 한증원 경고문의 경우에는 나무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일부 이웃일 것입니다.
그런데, 한증원 주인은 경고판을 경고대상뿐만 아니라 잠재고객도 함께 본다는 걸 인지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경고를 하되 잠재고객이 불편한 마음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한증막을 더 신뢰하게 만들 광고메시지, ‘한증막에서 쓰는 연료는 반드시 원목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를 부연해 놓은 것일 테구요.
아래의 북촌 국대떡볶이 구인 광고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인근 거주자 환영, 여자 사람 환영, 일 중독 환영, 솔로 환영, 귀요미 환영…’
그냥 ‘아르바이트 구함. 여성, 인근 거주자 우대’라고 하면 될 것을 재치까지 부려가며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해 놓았습니다.
이유는 한증막 사례와 같을 것입니다. 매장 밖에 붙여놓은 구인 광고는 일자리는 구하는 청년보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 행인, 다시 말해 잠재고객들이 더 많이 봅니다. 그래서 구인 광고 안에 ‘이렇게 재치 있는 사장이 운영하는 가게 들어오고 싶지 않나요? 귀엽고,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만드는 음식 드셔보고 싶지 않나요?’라는 메시지를 버무려 놓았을 테구요.
보통 광고라고 하면 전단처럼 잠재고객을 겨냥해 만드는 것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경고판과 구인광고처럼 잠재고객이 아닌 다른 그룹을 겨냥한 것이라 해도 잠재고객에게 함께 노출되는 것이라면 광고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꼭 그래야 합니다.
잠재고객들은 전형적인 광고 앞에선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발동합니다. 광고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잘 믿질 않습니다. 하지만, 경고판과 구인광고처럼 자신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면 경계를 늦춥니다.
여러분은 그 틈을 파고 들 수 있습니다.
광고 외에 잠재고객과 접점이 되는 것들이 더 있나요? 그렇다면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