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3대가 페이스북으로 가업을 알리는 곳이 있다. 인천 잠진도 선착장에서 뱃길로 5분, 무의도에 자리한 실미원농장이다. 3대가 함께 농장일을 하는 이 곳에선 가족 중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농장 소식을 올리면, 나머지 가족들이 그것을 각자의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고 댓글로 소통한다. 아예 태그 기능을 활용해 농장 소식을 다른 가족들의 담벼락으로 바로 올리기도 한다.
가족 3대의 연령대와 성별이 다른 만큼 각자의 페이스북 친구들도 다르기에, 실미원농장 소식은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퍼져나간다.
이번 소셜잇수다는 실미원농장의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무의도를 찾았다. 할머니이자 영농법인 실미원농장의 이사를 맡고 있는 장명숙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실미원농장이 직거래를 하고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게 된 계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유기농과 자연농으로 재배한 포도를 도매시장에 내놓던 날, 경매사는 겉모습만 보고 값을 매겼다고 한다. 애초부터 경매사들이 실미원농장의 노력과 헌신을 알아줄 거라 기대한 것이 잘못이었다. 그들의 눈엔 그저 다 같은 포도일 뿐이었다. 남편은 농업 기술로 대통령표창까지 받은 적이 있었기에 그 충격이 컸다고 한다.
‘직접 팔자. 그 대신, 가치를 알리자.’ 그것이 계기였다.
▲실미원농장의 가족들. 왼쪽부터 남편 신순규, 장명숙, 며느리 최은숙, 아들 신지용
시골 아낙네, 온라인에 도전하다
10여년 전 농장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카페를 통해 농장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했다. 지금 나이 56세, 그 때 나이도 이미 40대 중반을 넘긴 터라 온라인 세계는 낯설고 어렵기만 했다. 더군다나 교육을 받기 위해 뭍에 나가는 일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배편이 정해져 있어 한 번 나가면 농장일을 하루 더 공쳐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 농장일과 가사일을 마치면 밤 10시가 되는데, 그때부터 카페 회원들에게 쪽지로 물어가며 온라인 활용 방법들을 익혀 나갔다. 나중에 시작한 블로그와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플러스 등도 마찬가지였다.
홈페이지에는 매일같이 농장의 하루 일과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그렇게 하다 보면 새벽 3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글이 작성된 시간을 보고 전화도 오곤 했다. 그렇게까지 일하고 새벽까지 글 쓰는 것이 힘들지 않냐며.
당연히 무던히도 고단했지만, 덕분에 상도 받았다. 2002년에 농업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은 남편이 개발한 포도 양액 농법도 주효했지만, 홈페이지로 꾸준하게 노하우를 공개한 것도 큰 이유가 되었다. 홈페이지는 또한 2003년 농업인 홈페이지 경진대회 우수상도 안겨주었다.
온라인 활동은 매출 증대에도 한몫했다.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다음, 네이버, 티스토리 블로그로도 공유하는데, 그렇게 하다보니 검색으로 농장을 접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생겨났다. 현재 페이스북은 친구 5천명, 받아보는 사람이 약 3천명인데, 올 여름 한정 수량으로 포도를 판매한다고 올리자 거의 다 팔려나갔다. 사실 페이스북에는 상품 정보를 좀처럼 올리지 않는데, 그럴 때라도 페이스북 친구들이 찾아와 농작물을 사가곤 한다. 현재 페이스북은 농장 손님을 만들어내는 1등 효자다.
가끔 손님들에게 찾아온 이유를 물어보는데,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본 농장 얘기가 마치 고향 얘기 같아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손자들도 돌봐야 하기에 예전만큼 온라인에 많은 시간을 쏟진 못한다. 하지만 그 빈자리를 며느리가 채워준다. 요즘 블로그 포스트는 며느리와 나눠서 작성한다.
실미원농장의 브랜드는 ‘실미원 가족’
온라인 홍보를 위해 가족들이 협업하는 것은 홈페이지부터 시작했다. 홈페이지 가족이야기 메뉴에 나, 남편, 아들, 딸 각자를 위한 별도의 이야기 채널을 만들고, 마치 팀블로그처럼 운영해왔다.
이렇게 한 것은 생산자가 곧 상품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상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생산자를 믿기 때문에 상품을 산다. 신뢰만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팔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떤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지 알려야 했다.
지금은 온가족이 페이스북도 활용하고 있는데, 오로지 마케팅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가끔 페이스북으로 농업 기술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답변하기엔 곤란한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페이스북을 권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젊은 나이에 섬에서 생활하는 게 안쓰러웠다. 페이스북으로라도 바깥 사람들과 소통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 5살배기 손자는 내가 대신해서 페이스북 계정을 열고, 농장 안에서의 성장기를 올려주고 있다.
이유가 어떻든 페이스북을 하게 된 실미원 가족들은 농장 얘기도 서로 공유하는데,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좋게 보는 것 같았다. 디지털 세상에 묻어나는 가족애랄까, 그것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가족 모두가 나처럼 페이스북을 열심히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남편과 아들은 연구와 농사일로 바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온라인 활동은 여자들의 몫이 되었다.
한 농장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나비효과
섬이 가지는 공간적인 특수성 때문인지, 노력을 들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진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노력이 작게나마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믿음을 위안으로 삼는다. 무의도는 여름 한철,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로 반짝 붐비지만, 우리 농장을 찾는 사람들은 사철 내내 끊이지 않는다.
사실 실미원농장의 주요 재배 작물은 포도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농장을 개방해서는 방문객들이 포도 수확철인 가을에만 몰리게 된다. 그래서 남편은 연못을 만들어 연도 심고, 아이리스와 창포도 심었다. 계절마다 꽃을 피워 일년 내내 볼거리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경관 농업 외에 체험 농업도 도입했다. 실미원농장에서는 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직접 체험이 아니더라도 견학 신청을 하면, 며느리가 농장의 자연 농법에 대한 현장 교육도 진행해 준다.
쉼터 겸 교육장 공간으로 간이 카페테리아도 만들었다. 이 카페테리아는 워크샵 장소로 대여되기도 한다.
이처럼 실미원농장에는 사철 내내 찾아올 거리가 있고, 그것들을 소셜미디어로 전하다 보니, 무의도에는 비수기에도 사람들이 찾아오게 된다. 이들이 방문하면, 실미원농장에서만 돈을 쓰지 않는다. 이들은 다른 곳에서 식사도 하고, 숙박도 하고, 관광도 한다.
농산물 직거래의 위험 요소, 가공식품으로 줄이다
아무리 소셜미디어 덕분에 직거래가 편리해졌다 해도, 직거래 수요는 항상 불확실하다. 사실 직거래만으로 수확한 농산물을 다 팔아 치우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가공식품을 만든다. 포도로는 포도즙, 와인, 효소, 식초를, 연으로는 연근, 연잎차, 피클을 만든다. 이렇게 하면, 농작물의 유통기한이 늘어나고, 소득 발생 시점도 1년 내내 꾸준하게 이어지게 된다.
한편, 실미원 농장의 꿈은 세계적인 와인 양조 농장이다. 현재 해외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와인용 포도를 실험재배하고 있는데, 실험이 성공하면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꿈이 이루어지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와인이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포도나무 식재 후 30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내 대에 꿈을 이룰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녀 대에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하다. 외지에서 와인을 전공하는 딸도, 공부를 마치면 가업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여기까지가 장명숙님과 나눈 대화의 요약이다. 팟캐스트에서는 실미원 농장의 농업에 대한 철학과 자연순환유기농업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홈페이지의 의미도 되짚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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